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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Jan 29.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도감 - 2

펠트로 만든 하얀 꼬마곰 니들 케이스

[두 자매가 함께하는 바느질공방 '풍요하리'의 바느질 작품썰 시리즈입니다.]


바느질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이에게는 늘 로망 같은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있다. 매일 사용하는 시침핀을 꽂아둘 핀쿠션과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바로 '바늘집'이다. 특히 바늘은 핀쿠션에 꽂아둔 뒤 방치하는 경우, 솜이 가득 들어찬 핀쿠션에 쏙 들어가서 숨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늘은 시침핀처럼 끝에 잡아주는 것이 없어서 아주 곤란하다. 또한 그렇게 숨어버린 바늘은 가끔 고슴도치가 되어 유혈사태를 벌이기까지 하니 잠깐 꽂아두는 용도 외에는 핀쿠션 대신 바늘집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니들 케이스(Needle Case)라는 단어도 바느질 애호가들에게는 꽤나 낭만적으로 들린다. 내가 제일 잘 쓰고 소중하게 사용하는 장비가 안락한 어떤 곳에 포근히 담겨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다. 

그냥 좋아서, 용도가 명확하고 예뻐서 바늘집을 선호한다.


하리가 두 번째로 만든 이 바늘집도 바느질 애호가들의 로망을 구현한 것이었다. 첫 수업을 진행한 뒤 수강생들이 바느질을 오랫동안 사랑해 주길, 이번에 사용한 바늘을 자신이 손수 만든 바늘집에 꽂아서 오랫동안 사용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소품들 중에 바늘집이 2호 작품으로 완성이 된 것이다.


이 녀석은 1호 작품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디테일 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난번 작품 제작 동기와 같이 수업 의뢰를 통해 제작된 디자인이다. 이번에는 바늘집이라는 큰 형태를 유지하고 그 안에 캐릭터와 모티브를 배치하는 식으로 디자인이 구성되었다. 그 요소와 디테일은 꽃과 식물을 좋아해서 자신의 온 방을 식물원처럼 꾸민 하리의 실제 경험이 녹아들어있다.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레터링 자수, 귀여운 알사탕 같은 노랗고 분홍색인 단추들이 콕콕 박혀있다. 거기에 하트 모양 꽃과 아기자기한 이파리가 곰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꽃의 천사 루루가 부럽지 않다. 특히 곰의 빨간 리본이 가장 킬링 포인트인데 이 단추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는 후문이 있다. 아마 지금은 구하지 못하는 단추이지 않을까 싶다. 내부를 열어보면 단단한 소재의 펠트가 안감으로 사용되어 전체적인 형태를 탄탄하게 잡아주고, 모서리는 마치 어여쁜 소녀가 입은 프릴 셔츠에 달린 카라와 같은 예쁜 레이스 모양이다. 


'똑딱'


자석 단추를 열면 만개한 개나리를 닮은 짙은 노란색과 대조적인 멜란지 퍼플색의 안감이 있다. 이곳에 내 소중한 바늘들을 꽂아두면 된다. 아주 작은 퀼팅 바늘부터 제법 길이가 긴 아플리케 바늘까지, 크기별로 옹기종기 모여 있을 바늘들을 생각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실용성을 더한 비닐 지퍼백이 뒤에 연달아 달려 있어 실꽂이 도구나 단추, 동그란 시접자 등을 담아두면 이모저모 활용도가 좋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나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이렇게나 매력이 넘쳤다니, 특히 바느질 초심자분들이 눈에 하트를 그리며 이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세월이 꽤 흘러 여전히 풍요하리 공방에서 만날 수 있는 이 펠트 작품은 먼지 하나 타지 않고 잘 보관되어 있다. 이 소품을 만들었던 다른 분들도 이 하얀곰 바늘집과 함께 행복한 바느질 시간을 공유하고 있으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바느질에 아플리케 되어 있는 흰 곰의 미소가 더욱 부드러워 보인다. 이제는 우리 캐릭터 풍요, 하리, 반달이 생겼으니 그 버전으로 다시 리뉴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느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작은 바늘집 하나. 행복이란 것이 일상 속에,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 실감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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