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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07.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11

나와 가까울수록 산뜻하게 펠트 사과 반지 핀쿠션

바느질 분야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의 장비들이 참 많다. 바느질을 취미로 삼지 않더라도 디자인을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들도 많아서 구매 욕구가 샘솟기도 한다. 손바느질을 하던 재봉을 하던 천을 고정하는 시침핀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핀쿠션 또한 잘 사용된다. 핀쿠션의 디자인은 무궁무진한데 엄마들 반짇고리에 담겨 있는 원형의 핀쿠션부터 의상디자이너들이 손목에 착용하는 것까지 참 다양하다. 

언니 하리도 평범한 핀쿠션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자신만의 감성이 담긴 핀쿠션을 만들고자 했다. 조그마한 핀을 꽂고 빼는 과정에서 자주 잃어버리기도 하고 찔리기도 하기 때문에 내 몸에 가까이 두고 사용하고자 했던 것 같다. 사과 반지 핀쿠션이 만들어진 계기가 바로 그러하다.



마치 주얼리처럼 매일 손가락에 낀 채로 사용할 수 있는 반지 핀쿠션. 반짓대 위에 하리만의 작은 사과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다. 사과가 주는 상큼함과 작업에 열중하다 보면 어질러져 있는 책상 위에서 핀쿠션을 바로 찾아내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내 손에 끼워져 있기 때문에 바로 찾을 수가 있다. 불필요한 동작을 행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또, 사과는 디자인에 차용하기 좋은 컬러풀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아오리 사과, 홍옥과 같이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의 예쁜 색들을 패치워크 하여 형태를 잡았다.

사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가 펠트로 되어있지 않다. 부분 부분 색이 잘 어우러지는 원단을 사용했다. 원단 무늬는 아기자기하게 작은 편인데, 이는 사과 크기가 작기 때문에 어울리는 패턴을 선택한 것이다. 단순히 무늬로 끝나지 않고 무늬에 포인트 컬러가 들어가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연초록색 아오리 사과에 빨갛고 조그마한 체리 무늬는 이 작품을 심심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준다. 


꼭지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바람이 불면 흩날릴 것 같은 아주 얇은 갈색 실이지만 꼭지에 단단히 붙어 있어서 이 작은 작품이 사과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꼭지에 사용한 실은 마냥 부드럽지 않고 올이 풀리지 않게 직접 마무리 해서 오랜 기간 사용해도 끈이 해지거나 풀리지 않아서 좋다. 


사과의 몸체를 주로 이루고 있는 펠트는 천연 소재이기 때문에 핀과 바늘을 오랫동안 꽂아두어도 녹이 슬지 않는다. 이는 바느질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부분인데, 천연소재의 펠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원단과 맞닿은 부분이 쉽게 부식되어 버린다. 이는 바느질할 때 굉장히 거슬리고 불편함을 준다. 벌써 몇 년 간 사용하고 있는 핀쿠션인만큼 사용성이 좋다는 사실은 증명되고 있다.




총 세 가지로 완성된 사과 반지 핀쿠션에 알사탕같이 보이는 머리를 가진 핀들을 꽂아두면, 맛있는 사과를 찾아온 조그만 벌레들 같기도 하고 이슬이 맺힌 것 같기도 하다. 또, 언니 하리가 손수 제작한 무당벌레 시침핀을 꽂아두면 그야말로 바느질 주얼리가 완성된다. 바느질을 자주 하지 않아도 하나쯤은 꼭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디자인이다. 나 또한 하나를 쟁여두고 있다. 물론 내가 만든 것이 아닌 언니가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용하기 아까워서 모셔두고 있지만, 야외로 바느질을 하러 나가거나 반짇고리가 작을 때에는 꼭 챙기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 작품에 관한 글을 적으면서 아기자기한 바느질 세계에 한 발 더 들인 기분이 든다. 반지 핀쿠션은 새로운 버전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신규 디자인이 만들어지면 바느질 도감을 쓸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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