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원목 사과 핀쿠션
퀼트 작품들 사이의 도입부 요정
풍요하리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려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도 정말 좋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긴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도입부 요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K팝 아이돌들이 노래를 시작할 때 음색이 예쁘거나 주목을 이끌 수 있는 멤버를 앞세우곤 하는데, 이를 ‘도입부 요정’이라고 부르곤 한다. 풍요하리 바느질 수업에도 도입부 요정들이 있다. 아직 소개하지 않은 ‘식빵고양이 티슈케이스’와 바로 이 ‘원목 사과 핀쿠션’이 있다. 수강생들이 처음 바느질을 접할 때 추천하는 아이템이고, 바느질 숙련도를 확인하는 데에도 사용되는 실용적인 작품이다.
이 사과 핀쿠션은 바느질 도감 11화에 소개된 사과 반지 핀쿠션의 사이즈가 커진 버전이다. 반지 핀쿠션으로 잘 사용하던 언니 하리가 크기를 키워서 테이블 위에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했다. 데굴데굴 걸어다닐 것 같은 사과에 원목 핀대를 부착하여 안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핀을 꽂았을 때 손가락이 찔리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겸한다. 이 핀쿠션은 디자인적인 재미요소가 있다. 애벌레가 살짝 베어 먹은 것 같은 작은 구멍과 쫑긋 서 있는 사과 나뭇잎 시침핀이 그렇다. 특히 작은 구멍은 언니 하리의 수많은 처녀작을 탄생시킨 마의 영역이었다. 나는 썩은 사과라고 놀리곤 했는데, 솜을 너무 많이 채우면 구멍이 터져버리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고 바늘땀이 너무 커도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패키지를 제작하느라 꽤나 애를 썼다.
이러한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풍요하리만의 독특한 사과 핀쿠션을 완성해 준다. 언니 하리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핀쿠션에는 조금 더 디테일이 추가되어 있다. 색색깔의 실로 레터링 자수가 놓여 있고 비즈와 나뭇잎도 장식돼 있다. 나는 이를 보며 작은 사과가 예술 작품으로서의 탈바꿈이 일어난 순간을 목격했다. 형태는 사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 안을 구성하는 패치워크 원단과 장식들은 오로지 언니 하리만의 디자인이 녹아들어 있으니깐 말이다. 그만큼 사과에 진심인 언니는 3년 후 보라색 사과를 만들어낸다. 처음 만들 당시에도 색상이 참 다양하다고 여겼는데 어디서 실존하는 보라색 사과를 찾아내더니 현실 고증되었다며 재빠르게 만들기 시작했다. 빨, 노, 초 신호등 같은 사과색만 보다가 파격적인 보라색 사과를 보니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훗날 소개할 예정이다.
접시 위에 올려놓으면 진짜 사과같이 예쁜 내 얼굴이 완성된다. 풍요하리 공방 초창기 때 말끔하게 치워진 쇼윈도 앞에 이 사과 핀쿠션을 놓아두면 그렇게 뿌듯하고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풍요하리의 색감을 잔뜩 머금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뭐 어떤 작품도 의미가 없겠냐만은 채도 높고 밝은 색감이 만드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공방을 운영하는 우리 자매도, 공방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이러한 따뜻한 우리만의 색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에 온기가 전해지는 그런 작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