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를 내고 통신 판매업을 신고한 풍요하리. 누구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방 준비를 해나갔다. 공방을 어디에다 얻을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공방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어떤 일부터 해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고민했다. 해보고 나면 별 일 아닌 것들이 참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진행할 때는 전쟁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 뒤 공방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플리마켓에 나갈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마켓을 준비하다 보니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고, 카드 리더기도 구비해야 할 일이 생겼다.
카드 리더기 또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초록창 검색부터, 아마 처음 시작하는 모든 분들은 우리와 같이 정보를 찾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초록창에 검색할 때는 ‘내가 찾는 정보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이 정보가 정확할까?’와 같은 다양한 내면의 소리를 극복해내며 하나씩 정보를 얻는다. 검색 후 여러 제품들을 비교해본 뒤 휴대하기 편하면서도 잘 쓸 수 있는 제품으로 골라서 구매를 완료했다.
카드 리더기를 구비하고 나니 새하얗고 약해 보이는 카드리더기를 그냥 놓아두기가 불안해졌다. 어떻게 하면 불안하지 않게 둘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파우치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 좋아하던 리넨 원단들을 다 꺼내고 재단한 뒤 하나하나 맞춰보았다. 은은한 색감의 리넨에 새겨진 오밀조밀한 무늬가 빈티지하면서도 예뻤다. 체크, 도트와 같은 무늬들이 멋스럽게 자리를 잡은 모습이 잘 어울려 패치워크를 그대로 완성했고 빨간 폼폼 레이스를 달아 심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두었다.
또, 카드 리더기를 잘 보호할 수 있도록 두꺼운 온스의 솜을 사용했다. 만들 때에 손이 조금 더 가고 힘이 들어가지만 만들고 나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이 튼튼한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 입구를 장식하는 천도 같은 소재의 리넨을 사용하여 마무리지었다. 이 작품도 초창기 작품이라 오랜 시간 사용했는데 리넨 색감의 은은함이 오랜 시간 지나도 변함없다. 손때가 묻고 색이 조금 바래도 그만큼의 멋스러움이 묻어난다. 리넨 제품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첫 작품인데 이때 좋은 기억이 남아 그 뒤로 오랜 기간 동안 이 원단을 좋아하고 있다.
완성한 스트링 파우치는 보호가 잘 돼 카메라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가끔 카메라를 밖에 들고 다닐 때 이 파우치를 종종 사용한다. 손에 착 감기는 감촉이 좋아서 오랫동안 매만져보기도 하며 소중한 친구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 이 사진에는 추억의 작품이 하나 더 담겨 있다. 초창기 풍요 브로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완제품으로도 잠깐 판매했었던 이 고양이 브로치는 얼굴에 솜도 들어 있고 빨간 실과 방울이 달려 있다. 단순한 패치워크 작품도 좋지만 거기에 풍요하리만의 캐릭터 브로치를 달아줌으로써 완성이 되었다.
지금도 공방 한편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 작품에서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진다. 다양한 작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도 10년은 더 우리 곁을 지키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욱 사랑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