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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12.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16

풍요하리 황금 비율의 시작, 플란넬 고양이 지갑 겸 파우치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이 16번째가 되었다. 16개나 글을 작성했는데 아직도 초창기 작품이다. 공방 벽면에 가득 찬 작품들을 언제 다 소개하려나 싶어 잠시 글쓰기를 멈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글로 소개할 작품들이 많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작품마다 저마다 사연이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16번째 작품도 이 원단 패키지 구성으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워낙 원단이 한정적이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의 손을 통해서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여 완판 되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실루엣을 모티브로 한 파우치 겸 지갑. 이 작품도 풍요하리 초창기 작품답게 고양이 캐릭터가 아닌 실루엣 형태로만 디자인되었다. 현재 풍요의 전신이 되는 얼굴 한쪽에만 그려진 얼룩이 묘하게 이 작품에도 드러나있다. 나머지 패치워크의 비율은 각기 다르게 분포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율이 한 군데로 치우쳐져 있거나 과한 곳 없이 균형이 잘 잡혀 보인다. 우리는 이 파우치를 풍요하리 퀼트의 황금비율이라고 부르곤 한다.


앞면은 보드라운 소재의 플란넬 원단을 사용해서 전작 가방과 동일한 고양이 털 질감을 묘사했다. 치즈 고양이, 얼룩 고양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의도였다. 색의 조화로움은 단순히 같은 톤의 색만 사용하지 않았기에 나타날 수 있는데 아이보리와 브라운, 주황 계열뿐만 아니라 채도가 낮은 그린 색들이 배치되어 색의 균형감을 제공하고 있다. 대게 보색 계열을 쓰면 굉장히 튀는 색 배열이 되곤한다. 이때 원색의 주변색들을 배치하거나 이번 작품처럼 채도가 낮은 색들을 사용하면 특유의 촌스러움을 예방할 수 있다.


뒷면은 앞면의 자유분방함과는 달리 격자 퀼팅과 비즈가 달려 있다. 파우치의 뒷면을 보면 털이 가지런하게  정돈된 반려묘 반달이의 뒤통수가 생각난다. 사람의 뒤통수처럼 털이 아래 방향으로 내려앉아 있다. 간간히 수놓아진 비즈는 햇빛에 반짝이는 고양이 털을 묘사한 것 같다. 뒷면 또한 에지를 잊지 않았다.




두 귀가 특징인 이 지갑 겸 파우치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케이스다. 사실 실패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작품은 두 귀가 전체 비율보다 작았기 때문에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이에 언니 하리는 귀를 조금 더 키워서 잘 맞는 비율을 찾아냈고 다시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또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낸 것이다. 이 작품은 면 소재의 다른 작품으로 다시 탄생했고 초보자를 위한 티코스터에도 사용됐다. 하나의 황금비율을 찾아냈더니 조금씩 디자인을 달리하여 다양한 작품들도 만들어진 것이다. 이 파우치는 곰 버전과 함께 만들어졌다. 고양이와는 색다른 느낌의 곰 버전 파우치도 곧 소개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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