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트로 만든 풍요와 하리 캐릭터 모빌
오랜 펜데믹 기간 동안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작년 10월 오프라인 마켓에 참가한 풍요하리. 뜨거운 가을 햇살에 타 죽을 것 같았지만 처음으로 많은 손님을 만나고 좋은 기운을 잔뜩 받았었다. 그때 풍요하리 공방에서 열일을 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풍요와 하리 모빌이다. 판매 부스 양쪽에 펠트로 만든 풍요와 하리 모빌 작품을 걸어두었다. 처음에는 이게 눈에 띌까 걱정했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내 안심이 되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다 모빌을 발견하고 발길을 멈춘 뒤 “How much~?”라고 물어볼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Sorry, Not for sale.”이라고 말해야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 특히 바람이 불어올 때면 펠트 소재의 가벼운 하리 모빌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영상을 찍어두고 가끔 보고 있다.
사진 속 풍요의 얼굴 무늬를 보니 초창기 작품이다. 지금의 풍요는 얼굴이 더 넙데데하고 무늬가 휘어짐 없이 동그랗게 표현된다. 요즘에는 그리지 않는 몸 얼룩과 도톰한 꼬리까지 표현된 것 보니 2020년도에 제작된 것이 분명하다. 언니의 요청대로 앞, 뒷면 모두 도안을 그렸다. 모빌처럼 양쪽 면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하이파이브하는 것 같은 동작은 우리 캐릭터 전용 포즈이다. 처음 그릴 때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한쪽 손과 발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 뒤로 캐릭터를 그릴 때마다 이 포즈는 한 번씩 그려보는 것 같다. 이 동작으로 모빌을 만드니 발레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은 이때 그림을 많이 그려보지 않아서 동세를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기도 했다.)
캐릭터 몸체는 보드라운 소재의 천연 울펠트를 사용했다. 질이 좋아 손으로 만졌을 때 포근한 기분이 들게 한다. 자수실로 캐릭터의 표정과 수염, 발바닥과 같은 부분을 섬세하게 수놓았다. 몇 번 소개했듯이 바늘과 실로 그림을 그리는 언니 하리의 기술이다. 꼬리는 별도로 부착하여 입체감이 느껴지게 표현되었다. 옷을 입히지 않았기 때문에 꼬리가 있는 편이 훨씬 균형감 있게 느껴진다. 목에는 캐릭터의 몸 색에 맞는 리본을 묶어주고 색이 잘 어울리는 콩알 단추와 방울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풍요와 하리 모빌은 우리 자매처럼 공방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걸려 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먼지는 조금 탔지만 여전히 귀여운 모습이 잘 유지되고 있다. 페어나 마켓과 같이 오프라인 장소를 풍요하리답게 꾸미기 위해 챙기는 1호 아이템이다. 우리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풍요하리의 발전사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애틋한 마음이 든다. 100년 가게를 만들고 싶다는 자매의 포부와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보처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