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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18.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22

공방의 안녕을 비는 하리의 바느질 시간 액자

2기 공방 운영을 시작할 무렵 실생활에 잘 사용할 소품들도 만들었지만, 공방을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작품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숨을 쉬듯이 그림을 그리는 때는 아니었어도 언니를 모델로 삼은 생쥐 캐릭터 '하리'를 그리는 일은 참 즐거웠다. 당시에는 관찰력이 높지 않아 단순한 형태만 그릴 수 있었다. 옷과 신발은 간단하게만 표현했는데 유독 앞치마와 손에 든 레이스는 디테일하다. 그림을 그리던 도중 언니가 이를 액자 형태의 바느질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느질 공방 주인장 하리는 자신이 수놓은 앞치마를 두르고 곧 사용할 레이스를 감상하고 있다. 아름다운 레이스를 보면 왜인지 모르게 오랫동안 쳐다보게 되는데 모양이 예쁘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든다. 참고로 레이스를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작품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지만 잘 쓰지 못하면 촌스러워진다. 그래서 우리 공방은 레이스 사용에 늘 주의하고 있다.



그림을 완성하여 스캔한 뒤 아이패드로 선을 따주었다. 도안을 만들어 인쇄하고 언니 하리가 사용할 원단을 선택했다. 캐릭터의 얼굴색은 어떤 것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피부색에 잘 어울릴 옷감과 귀 안 감은 언니의 디자인 실력이 동원된다. 단순한 색으로만 표현된 옷이 화려하고 예쁜 민트색 블라우스로 표현됐다. 언니가 선택한 블라우스 원단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우선, 내 마음에 쏙 들었고 은은한 무늬가 뽀얀 얼굴색의 하리와 잘 어울린다. 또, 도안을 그대로 옮겨 작업했기 때문에 보는 내가 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싱크로율이 높은 모습은 위의 사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며칠의 아플리케와 자수 작업 끝에 하리 액자가 완성됐다. 그림 속 레이스를 찾기 위해 시장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았더니 그림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모양의 레이스를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상상 속 모습처럼 은은한 은빛이 반짝이는 레이스였다. 구입해 온 레이스를 그림과 같이 배치하려고 하였더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대신 언니의 아이디어로 자수틀에 붙여 보았더니 예쁜 액자가 완성되었다. 마치 하리가 기분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작품이 탄생했고 이때 만들어진 하리 액자는 오랫동안 공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중에는 펼치고 있는 하리의 오른쪽 손에 가위 단추를 들려주었다. 바느질을 시작하기 전에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하루의 안녕을 비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공방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도록 빌어주는 하리 덕분에 오늘도 풍요하리 공방은 안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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