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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22.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26

고소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식빵 고양이 티슈케이스

2020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우리 공방에는 다양한 고양이 손님들이 찾아왔다. 우리 가족이 된 반달이부터 치즈냥이, 턱시도냥이 등 종류도 다양했다. 지금은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밥을 먹던 시절이다. 길고양이들을 새롭게 만날 때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우리 가족 반달이는 처음부터 '반달'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다른 고양이들은 몇 번 마주치고 나서 이름을 만들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이름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중 '풍요'와 '하리'로 불리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우리 자매처럼 둘이 똑 닮은 치즈 고양이들이 맨날 붙어 다녔다. 한 녀석은 조금 크고 한 녀석은 조금 작았다. 큰 녀석은 차분했고 작은 녀석은 까불댔다. 그 모습이 우리 자매 같아서 우리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었다. 



그중 '하리'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청순하게 생겼다. 수컷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외형만 봐서는 하리가 암컷인줄 알았다. 이 고양이 손님은 공방에 들어오면 한동안 자리를 깔고 나가지 않았다.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녀석이 우리 공방을 휘젓고 다니면 우리는 그저 신기했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공방에 머물렀던 건 아니지만, 있던 시간 동안은 잘 쉬고 잘 놀았었다. 언니 하리는 이 고양이 손님을 보며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식빵 형태로 몸을 말고 있는 모습처럼, 치즈냥이가 진짜 치즈가 된 것처럼 요모조모 고양이 하리를 닮은 모습으로 말이다. 



'실용성'은 우리 자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이 펠트 티슈케이스는 그 부분이 가장 잘 실현된 디자인이다. 고양이 귀 부분이 위로 향하면서 휴지곽을 넣고 뺄 수 있는 입구이자 휴지를 뽑아 쓸 수 있는 부분이 되었다. 또, 양쪽 귀에 똑딱이를 부착해서 입구를 잘 여닫을 수 있다. 똑딱이는 패키지를 만들 때 부착해서 판매한다. 별도의 바느질을 하지 않고도 단단하게 똑딱이를 달 수 있다. 


고양이 얼굴은 풍요 캐릭터를 닮았다. 기분 좋아 고르릉 거리는 고양이 모습이 떠오른다. 프랑스 자수실을 사용해서 간단한 자수 기법을 사용하면 쉽게 놓을 수 있다. 찢어진 눈 덕분에 면을 채우는 새틴 스티치의 수고를 더는 디자인이다.




치즈냥이라고 치즈를 냅다 붙여버린 언니 하리다. 치즈 색감과 모양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치즈냥이의 얼룩처럼 자연스럽게 얼굴 이곳저곳에 얹혀있다. 고소한 치즈 가루가 묻은 것처럼 비즈들도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발그레한 볼과 연핑크색 귀는 치즈 식빵 냥이를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게 해 준다.

식빵냥이 티슈케이스는 반사이즈의 티슈곽에 딱 맞아서 리필만 바꿔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심심한 공방 인테리어에 요 녀석만 있다면 상큼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작업 테이블의 분위기 메이커다.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온 고양이들처럼 우리 작품들도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공방에 자주 오던 고양이들을 이제는 자주 볼 수 없지만, 그들을 닮은 작품들을 보며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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