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유와 패치워크 아이패드 파우치
누군가 손바느질로 만든 소품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매일 써도 3년은 거뜬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뜻 생각하기에 원단으로 만든 물건은 오래 쓰지 못하고 금방 해지거나 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직접 사용하기 전에는 아기자기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소품은 그만큼 내구성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직접 만든 퀼트 필통을 아끼고 아끼다가 몇 년 후에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도 닳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러다 언니와 함께 바느질 공방을 운영하고 여러 작품을 만들면서 직접 사용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그중 매일 사용하는 파우치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유와원단으로 만든 '패치워크 아이패드 파우치'다.
2020년 봄 무렵, 언니와 나는 아이패드 에어 3을 사용하고 있었다. 태블릿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애지중지하던 시절이다. 언니 하리는 일본 YUWA Matsuyama(유와 마츠야마) 원단으로 아이패드 파우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유와 원단'이라고 불리는 이 패브릭은 원단을 이루고 있는 원사가 두꺼워서 표면이 조금 성글고 거칠어 보인다. 높은 채도의 색감이지만 흰 끼가 언뜻언뜻 보여 묘하게 빈티지하다. 일반 퀼트 원단보다 두꺼운 느낌이어서 작품을 만들면 탄탄한 모양을 만들어준다. 원단의 특징만 봐도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패드 크기를 정확히 재서 파우치 속에 폭 감싸도록 재단했다. 입구 부분은 아이패드 크기보다 더 크게 만들어 모서리가 잘 감싸지도록 했다. 직접 사용해 보니 이 부분이 아이패드 보호에 큰 역할을 해준다. 또, 두꺼운 퀼팅 솜을 사용했다. 파우치는 역시 솜빨이다. 크고 작건 상관없이 도톰한 솜일수록 마음이 놓인다. 입구는 바이어스 천을 사용해서 감쌌다. 별도의 천을 얇고 길게 재단해서 입구 부분을 감싸 손바느질로 마무리하는 작업인데 전체적인 완성도를 올려준다.
별도의 열고 닫는 부분은 없지만 단추와 끈을 달아 아이패드의 이탈 방지를 막았다. 가녀려 보이는 잠금장치처럼 보일지 몰라도 입구를 닫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지금은 너무 오래 쓴 탓에 입구 끈에 때가 타서 세월이 묻어나고 있다.
이때 만들어진 아이패드 파우치는 여전히 나와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만들어준 언니보다 내가 더 잘 쓰고 있다.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영상도 보는 '아이패드 덕후'인 내게 필수템이 되었다. 당시에도 원단의 조각을 이은 패치워크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지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 작품은 패키지로 만들어 판매했을 때 빠른 품절이 되었다. 다들 잘 만들어 쓰고 계시려나 괜시리 궁금해진다.
현재 시점에서 찍은 파우치의 사진이다. 초창기 풍요 얼굴 모양으로 만든 브로치 이마에는 때가 꼈고, 풍요 아크릴 키링은 군데군데 벗겨졌다. 파우치 모서리 곳곳에는 빈티지함이 더 심해졌다. 말이 빈티지지 실은 때가 탔다. 그럼에도 어디 해지거나 뜯어진 곳 없이 아주 멀쩡하다. 내 예상으로는 향후 5년은 더 써도 멀쩡할 것 같다. 일상에 물건이 넘쳐나는 요즘이어도 오래 아끼고 사용하고 싶은 물건은 존재한다. 하나 들이면 오랫동안 쓰고 싶은 물건, 그런 '반려물건'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우리 자매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