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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23.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27

도토리 속에 숨은 다람이 펠트 니들 케이스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울긋불긋 예쁘게 물던 낙엽, 높고 푸른 하늘, 도토리와 솔방울  가을색이 잔뜩 묻은 멋진 것들이 많다. 자연에서 오는 것들은  하나 똑같은 것이 없고 생김새와 색이  다르다. 언니 하리식물이 주는 가장  즐거움은 '유일성'이라고 한다. 사람이 누구 하나 똑같지 않은 것처럼 자연의 모든 것들은 모두 유일한 하나다. 그런 모습이 우리 작품에 영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다람이는 그림책 「갈기 없는 사자」의 주인공 친구로 등장한다. 이미 바느질 도감 21화에 등장한 캐릭터인데, 까불대는 성격에 작고 앙증맞은 녀석이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고 다람쥐답게 가을색을 닮은 털을 갖고 있다. 언니 하리가 최애로 뽑는 캐릭터인지라 여러 작품으로 탄생했다. 메인 캐릭터가 아님에도 단독 작품이 많은 을 보면 언니가 다람이를 유독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을  있다.


 

언니가 다람이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노래를 부를 무렵, 어떤 용도로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토리는 다람쥐의 식량이라 주로 들고 다니거나 먹는 모습들만 떠오르기에 우리는 도토리 속에 다람쥐를 집어넣었다. 커다란 도토리 집이 있고 그 안에 다람이가 살고 있다. 도토리 집 안에는 시침핀, 바늘, 가위와 같은 바느질 도구들을 보관하고 있다. 다람이도 바느질을 좋아하는 녀석인가 보다. 가을 숲에서 마주한 도토리, 단풍나무 이파리를 주워다가 고이 모셔두었다. 귀여운 이파리들을 보며 언니 하리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안쪽이라고 대충 동그라미나 네모 모양의 모티브를 쓴 게 아니어서 더 풍요하리스러운 바늘집이 탄생했다. 사용한 펠트는 모두 천연소재의 울펠트를 사용하여 금속 소재의 핀과 바늘의 부식을 방지하였다. 과거 천연 소재가 아닌 펠트에 바늘을 보관했다가 펠트와 맞닿은 부분이 부식되었던 뼈아픈 경험 덕분에 이제는 천연소재만 사용한다.




다람이의 도토리 바늘집은 동화같다. 마치 어린 시절에 봤던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콤팩트처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예쁜 자수장식이 되어 있다. 이 작품을 보면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의 천사의 거울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바늘집을 쓰면 나도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려나. 왠지 그림책 스토리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람이가 주인공이고 도토리집에 살고 있는 모습, 자꾸 여러 망상들이 떠오른다.

이 작품에는 금색 자수실과 비즈, 나무 단추들이 사용됐다. 모두 가을과 어울리는 느낌의 부자재들이다. 반짝이는 보석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도토리 집을 반짝반짝하게 꾸며주는 느낌이 든다. 창문에 다람이 얼굴이 쏙 들어올 수 있도록 구멍도 뚫어주었다. 뚜껑을 열면 귀여운 다람이 얼굴을 모두 볼 수 있다. 자꾸 열어보고 싶고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이다.


우리 자매는 계절마다 사용하는 색감들이 있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초록색과 노란색, 여름에는 시원한 파란색과 짙은 푸른색, 가을에는 브라운 톤과 따뜻한 계열이면 어떤 색이든 다 좋고, 겨울에는 빨강과 짙은 녹색 등이다. 이런 색감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있어서 좋고 또 앞으로 만들 작품들을 기대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람도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은 거니까 작품들도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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