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풍요가 반갑게 인사하는 텀블러백
봄이 오던 2021년, 자매들은 벚꽃과 딸기에 푹 빠져있었다. 당시 나는 캐릭터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고 봄을 닮은 씰스티커를 제작했다. 풍요와 하리가 꽃놀이를 간 콘셉트로 그림을 그렸고 풍요에게는 딸기 원피스를, 하리에게는 파란 체크 투피스를 입혔다. 이때 딸기 원피스를 입은 풍요를 보고 언니 하리는 작품 하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벚꽃은 좋지만 벚꽃 아이템은 지겨워졌던 당시 어찌하면 벚꽃 스타일을 구현할지 고민하다가 봄의 화려한 색감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색감과 관련한 설명으로 하리가 직접 찍은 벚꽃 사진으로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벚꽃 하면 생각나는 대표 색깔은 '연분홍'이다. 사람들에게 벚꽃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연핑크색 물감으로 채색할 것이다. 그렇다면 벚꽃에서 파생될 수 있는 색을 더 나열해 보자. 우선 핑크 색의 농도를 조절해서 아주 흐린 연핑크, 진핑크, 자주색, 심지어 어두운 곳에서는 레드까지 볼 수 있다. 또, 벚꽃이 더욱 예뻐 보일 때는 푸른 잎이 조금씩 주변부를 장식하고 있을 때인데 짙은 밤색 나무줄기에 흐린 연핑크만 있는 것보다는 초록색이 대비를 주어 꽃을 더욱 예쁘게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초록도 벚꽃 관련 색으로 추가한다. 앞서 언급한 밤색 나무줄기도 넣고 싶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풍요의 얼굴 무늬가 짙은 밤색이다. 아주 진한색이기 때문에 전체 배열에서 적은 부분만 써서 포인트를 준다.
그리하여 제작된 작품이 풍요의 딸기 텀블러 백이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언니 하리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우선 핑크 계열을 사용하는 거의 첫 작품이기도 했고, 핑크와 레드는 잘못 쓰면 굉장히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조각 원단을 배치했고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텀블러백인 만큼 원통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패치워크가 전면에 모두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정면에서 봤을 때 패치워크 원단이 언뜻 보여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채도 높은 색에 눈이 질릴 무렵 상단 초록색 이파리들이 눈을 쉬게 해 준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작품은 풍요하리의 도전의식이 담겨있다. 해보지 않았던 형태, 색감을 사용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꽤 난이도 있는 작품들이라 여러 개를 만들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원형이 되어 다양한 가방들이 만들어졌다. 원통형 디자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 우리에게 감사한 작품이다. 이번 봄 언니에게 유독 화려하고 벚꽃은 닮은 이 백을 들고 벚꽃을 보러가자고 해야겠다. 모든 벚꽃색을 담고 있는 이 가방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