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돕는 펠트 고양이 컵홀더
각 지역 도서관들은 1년에 한 번 큰 축제를 열곤 한다. 과거 사서였던 나는 축제 준비가 얼마나 많은 공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잘 알고 있다. 준비가 힘든 만큼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경험을 선사해 드리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2020년 여름에는 사서가 아닌 작가로서 지역도서관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풍요하리 디자인 소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나의 그림책을 낭독하는 행사였다. 그때 디자인했던 작품이 이번에 소개할 펠트로 만든 [길고양이 컵홀더]다. 참여했던 축제가 자연과 환경, 그리고 동물 보호와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우리 자매는 소품을 만들 때 실용성과 심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번 주제를 반영하여 ‘환경보호’ 측면도 고려해야 했다. 이왕이면 풍요하리의 시그니쳐 동물 모티브를 담으면서도 쉽게 따라 만들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여러 아이템들을 고려하며 어떤 것들이 가장 주제에 밀접할까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예전에 제작했던 펠트 튤립 컵홀더가 떠올랐다. 한 번 만들면 오랫동안 애용할 수 있으며 사용성이 좋은 아이템이다. 주제에 걸맞은 대상은 잘 선정되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튤립 컵홀더는 초보자가 두 시간 내에 만들기가 어려운 디자인이었다.
그리하여 언니 하리는 필수적인 요소를 놓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먼저, 컵홀더의 기본 디자인에 고양이 얼굴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풍요 캐릭터가 연상되도록 오른쪽 얼굴 위에 얼룩을 장식해 주고 어울릴만한 다른 얼룩도 넣어주었다. 컵홀더 기능에 캐리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튼튼한 끈을 달아주었다. 이 끈은 며칠간 발품을 팔아 구매하였는데, 처음에 고른 끈은 끝 올이 풀렸고 다른 끈은 너무 두꺼워서 바느질이 힘들게 느껴졌다. 시제품을 만들어가며 적당한 끈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마음에 드는 끈을 구할 수 있었다. 그 끈은 한 롤로 구매해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또, 스트랩을 고정하는 바느질이 더욱 튼튼할 수 있도록 색색의 단추를 튼튼하게 달아주었다. 장식적 요소와 기능적 요소를 갖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펠트로 직접 만든 레이스와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아주어서 예쁜 케이프를 두른 얼굴이 완성되었다. 디자인을 하는데 치열한 시간들이었지만 만들고 나서는 굉장히 뿌듯했다. 100명의 사람들이 이 컵홀더를 들고 다닐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이 컵홀더는 주최 측과의 협의 끝에 수익금의 일부를 길고양이 보호 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디자인한 길냥이 컵홀더들이 실제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돕는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또, 이 컵홀더가 만들어져서 무수히 사용되던 종이컵홀더의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도 값진 일일 것이다. 우리 자매도 이 소품을 만든 이후 캐리어 사용이 줄었다. 공방에서 음료를 사러 나가면 항상 고양이 두 마리를 꼭 챙겨간다. 궁금해하는 카페 사장님께 자랑도 하고 소소한 담소도 나눌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술 고양이다.
이때 우리는 총 100마리의 길고양이 컵홀더 패키지를 분양했고 많은 후기들도 받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는 부모님부터 직접 잘 쓰고 계시다는 후기까지 모든 이야기 값지게 느껴졌다. 이런 좋은 기억들 덕분에 그 이후로도 많은 도서관과 기관들과 함께해 왔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우리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업까지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 늘 감사하다. 그 덕분에 매일 공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우리 자매들도 바깥바람을 종종 쐬게 됐다. 잠깐의 외부 수업을 통해 우리 자매들도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감상과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곧 시작할 새로운 외부 수업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풍요 4년 차, 하리 7년 차인 베테랑들인 만큼 올해도 풍성한 내용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