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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Feb 28.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32

반달이를 닮은 펠트 반달이 마우스패드

풍요하리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큰 테이블이 중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테이블은 풍요, 하리, 반달 세 자매가 하루 종일 붙어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언니 하리는 바느질 소품을 만들고, 풍요는 그림을 그리거나 바느질 소품을 함께 만들며, 막내 반달이는 스크래쳐 박스 안에서 곤히 자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반달이는 따뜻한 온풍기 바람을 쐬면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일이 바쁘거나 너무 피곤할 때는 혼자 작은 상자에서 잠을 자고 있는 반달이가 부럽기도 하지만 반달이는 그래도 된다. 우리 자매에게 항상 많은 영감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반달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까만색 털과 대조적인 입 주변의 반달무늬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새까만 밤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밝게 빛나는 초승달 하나가 아기 고양이 얼굴에 내려앉아 있었다. 전생에 달에서 떡방아를 찧던 토끼였을까 하는 상상도 잠시, 이 녀석의 이름을 반달이로 짓고 이내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마주치자마자 이름을 지어줬던 고양이는 반달이가 처음인지라 이 묘연이 우리에게는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언니 하리는 내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마우스패드를 만들었다. 반달이 얼굴을 어떤 작품으로 만들지 한참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바느질 도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인을 새로 그려주었고, 언니는 도안을 적당한 크기로 수정하여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 마우스패드도 얼굴 전체는 보풀방지 펠트를, 뒷면에는 미끄럼 방지 원단을 사용하였다. 마우스패드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풍요하리 도감 6화에서 설명하였듯이 뚜렷한 용도를 가진 물품이기에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리는 사용 시 마우스가 걸리지 않도록 반달이 얼굴 부분을 손목이 놓이는 자리에 위치시켰다. 직접 사용해 보면 이 부분이 얼마나 섬세하게 디자인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목구비는 반달이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고 검은색 실을 사용해 자수로 바느질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반달 무늬의 경우, 도드라지지 않도록 얇은 원단을 사용해 아플리케 했다. 바느질을 최대한 밀착하여 촘촘하게 달아주면 얼굴은 완성이다. 

양쪽 귀는 블랙톤을 유지하되 무늬가 있는 원단을 사용했고 목에는 하얀색 폼폼 레이스를 달아주었다. 이런 작은 요소들이 없으면 도둑놈(?) 같이 보일 때가 있다. 아마 새까만 얼굴에 흰색 무늬가 입부분에만 덜렁 남아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튼튼한 바느질 기법을 사용하여 전체를 마무리해 준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원단의 모서리 마모를 막아주는 기특한 바느질 기법이다.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는 반달이와 같이 살고 있지 않던 때였다. 우리 공방에 들러주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고마웠던 시절,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신보다 큰 고양이들에게 맞고 다니던 길고양이, 사료도 먹을줄 몰라서 언니가 먹는 방법을 알려줘야만 했던 고양이가 이제는 성묘가 되었고 새치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우리 눈에는 다른 어떤 고양이보다 예쁘고 우리에게 항상 멋진 영감을 주는 반달이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가끔은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지만 늘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반달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살며 반달이 그림을 그리고 반달이 작품을 만드는 우리 자매들, 아무 걱정 없이 털을 열심히 그루밍하는 반달이를 보며 오늘 하루를 안녕하게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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