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소망을 담은 얼룩소 컵받침
풍요하리는 연 초가 되면 의식처럼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 캐릭터를 좋아했던 우리 자매는 고양이를 시작으로 쥐, 사자, 토끼, 코끼리 등을 모델로 삼아 다양한 작업들을 해왔다. 그러다 문득 초등학교 5학년 때 일기장에 그려둔 소 캐릭터 그림을 아직까지 간직해두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황 씨인 나의 별명은 당연 ’ 황소‘였고, 별명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리며 일기장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다녔던 기억이 남아있다.
2020년 말에도 어김없이 우리 자매는 작업을 시작했다. 2021 신축년 새해의 동물은 ‘소’였다. 새해를 기념할 소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그려본 경험이 녹아든 걸까, 이왕이면 예쁜 얼룩을 가진 소를 그려보기로 했다. 아이보리색 기본 바탕색에 검은 얼룩을 지닌 소가 그려졌다.
새로운 캐릭터 얼룩소씨는 부끄러움이 많고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다. 부드러운 말솜씨로 다른 캐릭터들을 아우르는 푸근한 캐릭터이다. 캐릭터를 만든 후 여러 그림작업을 진행하였고 언니 하리는 이내 바느질 소품 작업을 시작하였다.
얼룩소씨 바느질 작품은 온화한 성품에 잘 어울리는 보드라운 아이보리색 펠트를 얼굴 바탕에 사용한 뒤, 입 주변을 은은한 연 핑크색 펠트로 배치했다. 눈과 코는 검은색 자수실을 얇게 사용해서 콧구멍과 아주 작지만 똘똘한 눈동자를 표현하였다. 시그니쳐가 될 얼룩 부분은 과감하게 블랙 펠트를 잘라 붙여 이목구비와 함께 캐릭터의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소의 뿔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반짝이 펠트를 사용했다. 영험한 느낌의 새해 황금소를 표현하는데 작지만 큰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였다. 목에는 민트색 폼폼을 달아주어 한껏 꾸민 얼룩소씨 모습을 완성했다.
검은색 얼룩소씨와 함께할 짝꿍도 만들어주었다. 그냥 얼룩소씨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젖소라면 짝꿍 얼룩소씨는 핑크핑크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검정 얼룩소만 만들기에 아쉬움을 느낀 언니 하리는 새로운 색을 도전하고 싶어 여러 펠트들을 얼룩 부분에 대보았다.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이 별의별 색을 다 올려본 끝에 크림 한 스푼이 올라간 것 같은 핑크색으로 정했다. 핑크 얼룩소에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떠서 얹어 놓은 것 같은 펠트로 입주변부를 꾸며 주었고, 목에 달린 폼폼 레이스는 대비되는 색으로 배치해 자칫하면 날릴 수 있는 색상의 균형감을 살려주었다. 이로써 다정한 투샷을 기대할 수 있는 얼룩소 티코스터들이 완성되었다.
언니 하리가 이 작품을 만들 때 나는 옆에서 어떤 염원을 함께 담았던 것 같다. 2021년에는 팬데믹이 종식되길, 우리 가족 건강하길, 우리 자매의 풍요하리 공방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커다란 소원은 2021년 내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안녕을 빌고 또다시 열심히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마음은 오래갔던 것 같다.
얼룩소씨와 같이 한 해를 기념하는 작품들은 앞으로도 만들어질 것이며, 오래도록 곁에 남아 우리의 매 해를 기억하고 또 다독이는 존재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