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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02.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도감 - 34

내 품에 쏙 안기는 고양이 가방, 반달이 클러치백

반달이가 우리 막내가 되고  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우리와 함께하기 전에는 공방에 들어앉아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밥과 간식도  먹으면서 사이좋게 지냈는데,  함께 살기 시작하 구석에 숨어 며칠을 나오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모습이 나와 언니가 함께 일하기 시작했을 무렵의 모습 같아서 마음이  쓰였던  같다. 우리는 반달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찾아 , 폭신한 방석도 사다 놓으며  걸음씩 반달이에게 다가갔다. 수시로 반달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우리의 손길이 부담스러울까  끝이 부드러운 장난감으로 반달이가 좋아하는 부분을 쓰다듬어주기도 했지만, 병원이라도   다녀오면 며칠간은 우리를 피해 구석으로 숨었다. 그럴 때마다 반달이가 우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와 가까워질  없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3년 동안 차곡차곡 이면서 우리의 일상은 천천히 달라졌다. 이제는 반달이가 언니들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야옹~’하고 부르면 우리는 이내 그녀를 쓰다듬어 주어야 하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온갖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서 시위를 한다.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소원해질  하지만 여전히 반달이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제는 우리에게 떼레야   없는 보물 같은 존재가  반달이. 이러한 반달이가 언니 하리에게 영감이 되어 어떤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전 바느질 도감에서 소개된 고양이 얼굴 파우치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반달이가 가진 색감을 반영하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 작품은 가방으로 만들기 위해 크기를 대폭 키우기로 결정한 ,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선택했다.  가방은 커다란 고양이  마리를 데려다 놓은  같은 점이 특징이다. 줄곧 클러치백을 갖고 싶었던 하리는 간편하고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블랙 컬러를 선택한 이유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마치 멀쑥한 턱시도 차림의 고양이가 떠오르는  같다. 며칠 전 시청했던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서도 턱시도 고양이는 멋진 경호원 냥이가 되어 등장했다. 블랙  화이트가 주는 깔끔함 덕분에 창작자에게 이런 영감들을 주는  같다.




클러치는 별도의 핸들이나 크로스끈을 이용하지 않는다. 차려입은 옷차림에 클러치백을 옆구리에 끼고 다닐  여타의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클러치를 들고나간 날에는 기분이 조금  산뜻해지는  같다. 패션피플이   같은 착각마저 드는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앞면은 미니 사이즈 파우치와는 조금 다르게 패치워크 원단 조각을  추가했다. 마치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반달이의 털이 반짝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블랙과 화이트를 배치했지만, 플라워 패턴 원단도 하나 추가하여 포인트를 주었다. 풍요하리 작품에서 러블리함은 놓칠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뒷면은 반달 모양이 그려진 무채색 원단 사용했다. 가방을 뒷면으로 바꿔 들어도 예쁘게 보일  있도록 원단 선택에 만전을 기했다. 여러 후보군을 검토하면서 패닉에 빠질뻔하기도 했으나 항상 최종 선택한 원단이 가장 베스트라는 점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우리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이니까, 우리에게 가장 최선으로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답인 경우가 많다.




가방을 보조하는 스트랩도 직접 제작했다. 스트랩을 고르기 위해 가방 샘플 직접 들고 다니면서 시장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스트랩에 가죽 소재를 가장 많이 쓰지만, 이번에는 감각적인 느낌의 실이 촘촘히 엮인 끈을 사용했다. 마치 턱시도 고양이의 꼬리처럼,  클러치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며 심사숙고했다. 또, 가방 앞면을 장식하 브로치도  클러치백 전용으로 제작했다. 얼룩 고양이  마리를 펠트로 디자인했고, 빨간 하트 비즈와 포인트 컬러를 담은 연초록색 종을 달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반달이 클러치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을  같다.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담기도 했고 색상 배합도 조화롭게  이루어졌다.  가방을 만든 그해 겨울, 평상시에는  입지도 않던 치마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멋쟁이 턱시도 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나도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추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가  클러치백과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손에 살포시 들고 샘플 사진을 찍는 동안 만족감으로 충만해졌다.  맛에 바느질 공방을 운영하는 것일까? 어서 반달이 클러치 백을 들고 밖에 돌아다닐  있는 따뜻한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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