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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04.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36

상큼상큼 레몬트리 파우치

때는 2021년 5월, 밝고 맑은 날씨가 쾌청했던 날이었다. 본격적으로 언니 하리가 취미반 클래스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일요일 오전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공방에서 수업을 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사람들이 공방을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활기가 돌았다. 초여름이 생각나는 계절 무렵, 푸릇한 이파리가 돋아나고 무성해지고 있었다. 겨울의 황량함은 이미 자취를 감춘뒤 맑은 기운이 가득한 어떤 하루였고, 전날까지는 비가 잔뜩 와서 조금 쳐진 주말을 보냈던 터였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옥상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잘 자라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도 있다.


세상이 푸르러지니 풍요하리 작품도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언니 하리가 무언가 상큼상큼 한 작품들을 만들고 싶어 했고 예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디자인을 만들어보자 결심했던 것 같다. 봄이 되고부터 열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에 딸기, 체리, 사과···, 어떤 과일을 모티브로 삼을까 고민이 이어졌다. 도안에 여러 과일들을 올려보며 고민하던 중 상큼함의 대명사 ‘레몬과 라임’을 선택했다.


단순해 보이는 평면 모티브이지만 배치가 쉽지 않았다. 조화롭게 보이면서 비어 보이지 않는 알찬 구성을 위해 밑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도안을 그리는 방법으로는 직접 색연필로 스케치를 한 뒤 아이패드로 다시 선을 따거나, 아이패드에 직접 그리기도 한다. 도안을 그리고 배치를 해본 다음에 펠트를 자르기 시작한다.

‘펠트’라고 하면 옛날 문구점에서 파는 ‘부족포’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도 어렸을 때 부직포를 많이 사용했다. 재질이 부드럽기보다는 뻣뻣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학생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소재였다. 그 뒤 바느질 공방을 운영하면서 펠트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깨달았다. 소프트 펠트, 하드 펠트, 보풀 방지용 펠트, 미끄럼 방지 펠트, 울펠트, 모양 펠트 등등 정말 많은 종류가 있었고 재질이 고급스러울수록 패브릭 원단보다 단가가 비싼 경우도 많다. 펠트 질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기에 우리 공방은 고급 펠트지를 사용한다. 바느질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공예이기 때문에 한 번 만들 때 좋은 질의 펠트를 사용하여야 한다.


파우치에 모티브 배치가 완료된 모습이다. 이 디자인을 구성하기 위해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특히 레몬 단면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번 샘플을 만들었다. 균형미가 있으면 디자인이 더욱 예뻐 보인다. 레몬이와 라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얼굴에 수도 놓아주었더니 얼굴이 있는 부분에 시선이 머문다. 상단은 바네 프레임을 사용해 마감을 했다. [바네 프레임]은 클러치 가방 입구를 만들 수 있는 프레임으로 양쪽이 핀으로 고정되어 있어 반자동 형식으로 입구를 여닫을 수 있다. 이 프레임을 넣는 자리를 정확히 계산하여 도안을 만들어야 한다.



​​완성된 앞, 뒤 모습이다. 뒷면에는 큰 라임 모양을 아플리케해 주었고 무당벌레 단추를 달아주었다. 앞 뒤 반전 있는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에 늘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뒷면은 금색 포인트가 더 많이 들어갔다. 금색 반짝이실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풍요하리이기에 열심히 라임 무늬들을 수놓아주었다. 거기에 반짝거리는 막대 비즈들이 알사탕처럼 뿌려져 있다. 라임의 표면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멀리서 보면 라임 위에서 놀고 있는 애벌레 같기도 하다. 그 옆에는 무당벌레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다. 라임의 파 먹힌 부분이 무당벌레의 소행일까? 실제로도 무당벌레를 좋아하는 언니 하리의 애정이 담긴 포인트이다.​


[레몬트리 파우치]라는 이름은 박혜경 님의 'Lemon Tree'라는 노래 제목을 빌려왔다.. 이 파우치를 보면서 그 노래를 자꾸 흥얼거리게 돼서 그런 것 같다.​


'더 새롭게 더 예쁘게

나의 맘을 상큼하게 할 거야

내 꿈에 숨겨온 노란 빛깔 Lemon Tree'


가사도 정말 상큼하다. 우리의 마음을 상큼하게 만들기 위한 레몬트리 파우치가 완성됐다. 이 파우치는 펠트 기초반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펠트 바느질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주기 위해 구성되었다. 직접 보신 수강생님들도 만족해하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풍요하리의 다양한 작품 스타일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워준 레몬트리 파우치. 늘 곁에 두고 상큼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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