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밖에서 만나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합디다.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물론 처음 시작은 쉽지 않았다. 중간에 몇 달간 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몇 분을 빼고 구성원들도 전부 달라졌다. 그럼에도 즐거움과 책에 대한 열망은 조금씩 무르익어갔다. 정점은 아직 멀었고 도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2년째 지속되고 있는 독서모임의 은은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처음엔 나도 많이 떨렸다.
분관의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나는 양질의 문화 프로그램에 갈증 나 있었다. 책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깊어가는데 이를 풀 데가 부족했다.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책의 표지와 목차, 시간이 조금 생기면 서문을 빠르게 읽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참 좋았다. 책이 나를 위로하고 다독였다. 당 시대의 이슈에 따라 이용자의 기호도가 바뀌는 것도 흥미로웠고, 최다 대출 책을 찾아보면 뭔가 모르게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때 좋은 기회로 같은 관할인 다른 도서관에 파견 근무를 나갔다.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참여도 할 수 있었고 마음 맞는 도서관 회원분들을 모아 작은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라고 쉽게 썼지만 처음 모임을 꾸리고 시작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모임 구성 전에 약 한 달 이상을 고민했다. 방향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언제 할 것이고, 책은 어떻게 고를지, 중간에 파투 나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롯이 혼자 고민하고 결정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이유는 누구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의 리더라는 자리는 참 쉽지 않았다. 경험도 독서력도 지금보다 더 부족했던 그때의 나는 밑천을 드러내지 않고 모임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긴장했다. 모임이 끝나면 기진맥진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아량이 넓은 다른 분들은 분위기에 잘 맞춰주셨고, 잘 따라와 주셨다. 서툰 만큼 실수도 있었고 그만큼 성장하기도 했다. 또한, 부족한 공간에서 모임을 운영하기 위해 사무실을 개조했다. 책상을 옮기고 음악을 깔고 나름의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삭막한 공간에서 마음 편히 집중하기란 참 어려웠다. 중간중간에 오는 업무 전화는 아직도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다.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다고 쓰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고 쓴 이유는 나 혼자서만 노력했다면 결코 이 모임이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임이라는 성격상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장기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처음 시작한 이 독서모임 덕분에 나는 그 후에도 성인 그림책 모임, 유아 및 청소년 독서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었다. 서툰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익히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 이후의 나를 만들었다. 물론 퇴사 이후 유아와 청소년 독서 동아리는 내 손에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교육'과 '학습'의 영역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조금 다른 결의 경험인데, 이는 별도로 글을 쓰고 싶다.
퇴사 후 두 달의 시간이 지나고 무기력하고 힘든 시간들이 이어졌다. 사람의 습관과 감정의 높낮이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모임은 2회 차의 만남을 가졌다. 물론 도서관이 아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모임을 하고 나면 어김없이 기쁜 마음을 안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책이 좋다. 사서가 되어 책과 만나게 됐다면 지금은 한 사람으로서 책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3년 차 독서모임이 있고, 좋은 사람들이 있다. 다음 모임은 풍요하리 제작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공간도 좋은 기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자칫하면 무미건조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게으르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의 관심사로 통하는 우리는 밝고 맑고 명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