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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혼자 그려도 좋고, 둘이 그려도 좋다!

그리면 행복해진다.

by 풍요

요즘, 격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

혼자 그려도 좋지만 둘이 그리면 좀 더 재미있고, 여럿이 그리면 하이퍼 재미가 된다. 그래서 요즘 주변인들에게 부단히 그림을 강요(?)하고 있다.


사실 회사 다닐 때는 동아리 회원분들과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여러 재료로 그림을 그렸지만, 어쩔 수 없는 모임 장소 장기 휴관으로 함께 그리기가 어려워졌다. 서로 생사만 확인하고 있기에 누군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려면 소수 정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난 뒤 함께 그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럴 때는 주변인이 최고다. 재료는 내가 제공한다.


첫 장소는 오이도였다. 일상을 벗어난 장소에서 우연한 풍경을 기대하며 찾아 간 곳이었다.


우선 스케치북에 내가 먼저 오이도 풍경을 담아냈다. 야외 드로잉은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뭔가 두려움이 앞섰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에 속박당하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끝내 완성해냈다. 시범은 끝났으니 나의 첫 그리기 메이트 새초롬모모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유했다.


분명 같은 오이도를 그렸는데도 이렇게 다르다. 평소 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은 그였지만, 색채 표현이 자유로웠다. 맨 앞 펜스의 일정한 간격과 바다의 다채로운 색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일단 함께 그림을 그렸으니 성공이다.


다음은 야외에서 혼자 드로잉을 시도해봤다. 우선 집에서 손 풀기를 해봤다.

집에서 키우는 스킨답서스와 스파트필름이다. 사인펜으로 밑그림 없이 그리는 맛이 흥미롭다. 타인의 시선은 어차피 없으니 신경 쓸 것이 없어서 더욱 즐거웠다.


두 번째 드로잉 메이트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가 9분 있다가 도착한다는 비보를 마주했다. 빠른 포기 후 의자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멋진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예쁜 꽃과 파릇하게 물오른 이파리들로 눈이 부셨다. 기회였다. 사람도 없고 9분이나 남았겠다. 바로 사인펜과 노트를 손에 쥐었다.

쓱쓱-싹싹- 나만의 야외 드로잉의 첫 순간이었다.


드로잉 메이트인 나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그녀도 그림을 자주 그리지 않았다. 얼마 전 나의 권유로 함께 여행 드로잉을 시작했는데, 잘 그려냈다. 직접 찍은 멋진 열기구 사진과 하늘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웹툰 속 주인공을 그리고 싶어 했다. 무엇이던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면 된 거다. 그림이 취미가 되는 순간을 목도한 것이다.


친구는 곧잘 그림을 그렸다. 나의 몇 개월 갈고닦은 실력으로 약간의 가이드를 제공했다. 그 이상으로 멋진 그림을 그린 친구. 역시 그림은 자신감이다.


혼자 해도 좋지만 둘이서 하니 자신감도 두 배가 된다.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을 더 강요(?)할 생각이다. 그림을 그리면 목은 좀 아프지만 집중력이 향상되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어서 일상을 되찾고 그림을 강요하고 싶다. 그 순간이 머지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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