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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Nov 03. 2020

사서는 책 꽂는 사람이잖아


  2017년 2월, 사무실에서 일하던 나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내가 드디어 사서가 됐다는 합격 전화. 그리고 나는 전공도 살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희망. 갑자기 앞 길에 핑크빛 장미꽃이 깔리며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 그 길이 가시덤불이 깔린지도 모른 채 해맑게 웃었다. 다니고 있던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다. 올해 사원 성과급 중에 제일 많이 받았는데, 연봉도 20% 이상 올랐는데! 미련 따위는 없었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로부터 2년 9개월 뒤 나는 도서관을 박차고 나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퇴사를 염원하기까지 했다. 나뿐 아니라 동료들도 많이 떠나갔다. 여기 공기업인데, 도서관인데 대체 왜 더 버티기 힘든 거지? 오만가지 생각은 뒤로하고 탈탈 소진된 채로 그 자리를 떠났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2017년 2월, 당시 다니던 회사 동료들의 축복을 받으며 퇴사 준비를 했다. 내 업무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피 대상 1호 자리였다. 온 열정을 다해 인수인계서를 작성했다. 그러던 도중 친한 과장님이 내게 사서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서, 책꽂이 아니야? 그거 그냥 책 보고 꽂는 일하잖아." 라고.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언짢은 일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일부는 맞지만 대다수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편함은 퇴사 기간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이 지나고 새 일터인 도서관에 출근했다. 바늘구멍같이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고 들어온 만큼 어깨가 펴지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사원증을 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사장님의 축사에 감동받아 연신 손뼉을 쳐댔다. 나 이제 새 삶을 살겠구나! 밝은 미래를 축복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입성했다.


  2년 9개월의 짧은 도서관 생활, 사서로서의 삶에 대해 업무 소개와 에피소드를 잘 버무려 쓰기로 작정했다. 이로써 사서는 꿀직업이 아닐뿐더러 진정한 처우 개선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본다.


Brunch Book

[사서는 꿀직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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