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쉽지 않음을 감지한 경력직의 마음
다시 직장에 다니기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두 번의 면접을 봐야 했다. 한 조직에서 월급 받고 일하기 위한 이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심플한 것 같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재취업이 꽤나 충동적이었다. 간절했지만 아주 많이 간절하진 않았다. 이직을 결심한 아주 많은 이유가 있지만 첫째, 다가올 황금연휴(개천절~추석~한글날) 직장인 신분이고 싶었다. 돈 받으며 연휴를 보내고 싶었고, 명절 상여도 받고 싶었다. 둘째, 다가올 오빠 결혼식 때 백수이고 싶지 않았다. 가족 친지 총집합인 그날, 그냥 회사 다니는 사람이고 싶었다.
입사 첫 주는 생각보다 정신없었다. 이 회사 소속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신없이 준비했다. 업무를 인수인계받고 파악하느라 바빴다. 퇴사 후엔 새벽 6시면 눈이 떠졌는데, 직장을 다니니 아침에 일어나는 몸뚱이가 천근만근이었다. 평일에 나름 긴장하고 피곤했는지 주말엔 내리 12시간을 잤다.
내 직위와 이름, 소속 부서가 박힌 사내 그룹웨어, 명함, 사원증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선 일터에서의 시간을 반드시 감당해야 한다.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주어지고, 여러 사람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새로운 걸 배워야 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분노의 순간도 현명히 보내야 한다.
맞아, 직장이란 그런 거였지. 조직이 내게 요구하는 걸 해내야 하는 곳. 그걸 하지 않는 방법은 오직 퇴사뿐인 곳. 인턴을 포함해 다섯 번째 직장, 그러니까 다섯 번째 명함을 손에 넣었다. 다섯 번째 명함, 난 막내 직급을 벗어났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직급은 아래인 부서원들이 있었고, 이전 직장에서 했던 일과 결이 비슷한 일이 맡겨졌다. 이미 진행 중인 그 일은 실적이 저조했고, 팀에 유일한 계약직 사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해오고 있었다.
회사가 내게 이전보다 높은 연봉을 주고, 더 높은 직급으로 호명해 주는 데 이유가 있다. 경력직 어디 실력 좀 보여주라는 것이다. 팀원에게 업무 히스토리를 들으며 나는 무력해졌다. 듣기만 해도 피곤했다. 그는 요령은 없지만 우직하고 성실한 직원이었다. 어떻게든 잘해보고 싶은 계약직 팀원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예전에 이것보다 규모 큰 프로젝트도 해보셨다고 들었어요. 같이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때보다 늙고 지친 나는, 다신 그렇게 나를 갈아 넣어 일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엔 좀 쉽게 쉽게 살고 싶었는데, 월급 받는 일 중에 역시 쉬운 일은 없다.
그래도 나는 미숙하지만 경력직. 경력직의 진정한 짬은 일과 조직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번엔 내 일상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었을까. 미숙한 경력직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두 번의 면접을 보며 미처 생각지 못한 상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