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 존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돈 내고 시간 내서 드럼을 배운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는 내 방 침대에 누워있기. 드럼 학원을 가는 화요일 퇴근길 버스정류장, 우리 집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할 때 생각한다. 아, 레슨 째고 집에 가고 싶다.
나는 누워있는 걸 정말 좋아해서, 주말엔 거의 누워서 지낸다. 휴대폰도 보고 책도 읽고, 밥도 누워서(정확히는 엎드려서) 먹는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꼴딱 지난다.
일주일에 한 번 드럼학원을 가고, 한 달에 한 번 퇴근 후 합주도 하고, 간혹 약속도 있고, 경조사도 가고, 운동도 하지만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생각한다. 집에 가고 싶다. 내 침대에 눕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운동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어느 날 생각했다. 회사에 있는 것보단 운동 하는 게 나은데?
갑자기 회사 밖에서의 모든 시간이 감사했다. 명절 연휴나 퇴근 후에 '차라리 회사에 있는 게 낫지!'라고 생각한 적 없다. 그토록 하기 싫은 운동, 방 청소, (가면 재밌지만) 매주 가기 힘든 드럼학원도 회사보단 재밌다.
자기 계발에 시큰둥하고 움직여지지 않는 건 내가 회사 일을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도 내 맘처럼 되지 않는 드럼 리듬을 연습하며 생각했다. 내 맘처럼 되지 않는 게 회사 일만 할까.
그나마 드럼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망정 땀과 노력을 배신하진 않는다. 오늘 저녁 회사가 아닌 드럼학원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뭔가 하기 싫을 때마다 생각한다. 그래도 회사보다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