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대표 블로그
일을 지겨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 일이 싫었다. 그러다 죽어 천국에 갔다. 경치가 좋고, 먹을 게 지천이다. 사방에 미녀들이 있고 원할 때 마음껏 골프도 칠 수 있다. 밤마다 미녀들과 술을 마시고 놀았다. 늦잠을 자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책임자가 나타나 한 마디 했다. “여기선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단 일은 하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준다. 너무 좋았다. 일년 이상을 그렇게 실컷 놀았다. 근데 뭔가 허전하다. 조금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임자에게 “다 좋은데 일거리 좀 달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책임자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거절한다. 화가 난 그 사람이 “그럼 저를 차라리 지옥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여기가 어딘줄 아셨습니까? 바로 여기가 지옥입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다.
여러분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취준생은 취업에 목숨을 건다. 취직만 되면 영혼이라도 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일단 취직이 되면 일을 지겨워하면서 밤낮으로 휴일만 생각한다. 참으로 모순되는 행동이다.
일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을 만나 그 분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거의 90 가까운 나이지만 청년 같았다. 무척 젊어 보였다.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젊은 사람 같았다. 팔뚝을 만져보니 근육으로 단단하다. 그분에게 젊음의 비결을 물었다. 아주 심플했다. 그 분의 답변이다. “계속해서 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전 요즘도 중국어 공부를 합니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데 통역을 쓰니 답답해서 안 되겠어요. 할 수 없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지요. 일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그 나이에 왜 일을 하냐고 하지만 제게는 일이 곧 나 자신입니다. 일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어요. 일 덕분에 건강을 유지하고 일이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겁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다듬어집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망가집니다. 그래서 전 죽을 때까지 일할 겁니다.”
요즘 중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임대업이라고 한다.
큰 빌딩을 하나 물려받아 임대료나 받으면서 평생 놀겠다는 것이다. 난 그들에게 그렇게 한번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실제 그렇게 평생 살았던 사람들과 미팅을 주선해보고 싶다. 실제 그렇게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자식에게도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싶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실제 그렇지 않다. 지인 중 한 명은 실제 외환위기 때 모든 것을 정리해 미국에 가서 2년간 골프만 쳤다. 그때 그분이 가장 그리웠던 것은 일과 사람이었다고 한다. 남들처럼 출근해 일하고 점심 먹으러 가고 고객에게 시달리고 그러다 가끔 회식을 하고. 그 지겨웠던 일이 가장 그립다는 말이 패러독스다.
할 일 있는 곳이 천국이고 할 일 없는 곳이 지옥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다듬어진다. 일은 생계수단을 넘어선다. 일은 곧 우리 자신이다. 일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일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사람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지켜야 한다. 일은 곧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