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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Dec 07. 2021

아파서 회사 못 가요. 안 가요.

SICK DAY 넌 뭐냐?

처음 오퍼를 받고, 들은 복지 중에 생소한 것이 있었다. 이게 뭐지? 아픈 날? 병가 같은 건가?

결론적으로는 병가 같은 것이긴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청하기가 너무 쉽다. 사유를 고르게 되어 있는데 생각나는 좀 특별한? 사유들은 다음과 같다. 

열 혹은 두통

마음의 압박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등등 출근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중병이 아니어도 충분히 신청이 가능하다. 실제로 두통으로 한두 번 신청해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아파서 쉬기란 그리 쉽진 않다. 특히 '마음의 압박'같은 이유로 쉰다는 건 또 다른 마음의 압박을 불러일으킬 거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도 열이 나거나 하면 쉽게 쉬거나 재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열이 조금 높으면 조퇴하거나 쉬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도 감기 몸살 정도는 약 먹고 출근해야지 라는 분위기가 기본이다 보니, 몇 프로의 직장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단결근의 추억

솔직히, 20대 때 너무 아파서 거의 무단결근을 한 적이 있었다. 이미 눈을 떴을 때는 팀장님의 부재중 전화가 엄청나게 와있었고, 그 빨간 부재중 알람을 보고 있자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마침 또 울린 전화에 놀라, 의도치 않게 받아 버린 나는 ‘죄송해요’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때 분위기에서 그래도 정말 좋은 분이었기에 연차를 쓰게 해 주고, 다시는 그러지 말고 미리 연락하라는 충고와 함께 푹 쉬라는 말도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나 죄송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아파서 연락조차 못할 정도의 아침을 맞이 한 것이 죄송한 사유였는데, 영국의 Sick Day 신청 절차와 비교해보면 좀 슬퍼진다. 이 회사만 그런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우선 Sick Day는 사후 신청이 기본이다. 미리 아플 계획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갑자기 아프면 먼저 아픔을 달래고 이후에 회사에 '아팠는데 이런 증상이었어요.'라고 보고하는 시스템이었다.


악용하지 않을까?

악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악용할 필요 없는 환경이 되면, 예를 들어 연차가 충분하고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환경이라든지. Sick Day 같은 제도가 제공된다면, 언젠가 다 티가 나게 되어 있는 '악용'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내가 인사팀이 아니다 보니 쉽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근무자의 건강을 더 귀하게 여겨주는 분위기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각해지고 있다. 소수의 악용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다수의 유익이 생길 수 있다면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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