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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ul 17. 2021

런치 앤런

점심시간은 신성하다.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진지한 질문은 아니다. 내가 겪는 직장 생활을 통해서 정의를 내리자면, 오전 업무를 마치고, 오후 업무를 위해서 식사, 휴식, 당 보충, 혹은 산책 등을 즐길 수 있는 개인 시간이다. 


점심시간의 의미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솔직히 각 나라마다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따로 보장해주는 개념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배고프면 알아서 간단히 먹고, 안 배고프면 마는 개념. 그냥 일하려면 자리에 앉아서 샌드위치 먹으면서 일을 하든 집에서 가져온 샐러드를 먹으며 일을 하든 알아서 하는 분위기다.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가서 '뭐 먹을까' 고민을 하는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 

한국에서 고객을 모시고 본사를 방문했을 때, 특별히 한국의 점심 분위기를 아는 매니저가 따로 같이 먹을 사람을 섭외해 주었다. 한국의 점심시간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의 점심시간을 대하는 자세는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아침을 먹기라도 하면, 점심 때쯤 배가 많이 고프지 않기도 하고, 일의 흐름이 강제로 끊길 때도 있다. 나에게 샌드위치 먹고 일하면서 한 시간 일찍 퇴근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YES'다. 


그런데 이미 나는 한국인으로서 점심시간에 10년 이상 길들여져 있고, 점심 즘 되면 뇌의 회전 속도가 늦춰지며, '당 보충'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다.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명분으로 어차피 비슷하지만 뭔가 맛있는 메뉴를 찾아 점심 유랑을 한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은 생산적인 '산책'을 즐기고 있어서 뿌듯한 면이 있다. 커피 한잔 들고 주변 산책로를 2-30분 걷고 들어오면 기분이 참 좋다. 예전에는 밥 먹고 나면 조금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의자에 앉아 잠을 자곤 했다. 다들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풀릴 피로가 아닌데 별다른 조치 없이 살다가 그나마 개선된 것이 산책이었다. 같이 산책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같이 가는 건지. 상사가 가니까 따라온 건지는 아직 잘 파악은 안 된다. 


점심시간에 세미나를?

런치 앤 런이 있다고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신성한' 점심시간에 무슨 세미나를 한다는 거야? 하는 강한 반발심이 올라왔다. 런치 시간에 '런'을 한다고? 주제도 업무에 완전히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울 때도 있고, 다소 연관된 경우도 있고, 다양하긴 한데.. 그래도 점심시간에 이건 좀. 

참석을 해본 뒤의 느낌은 뭐랄까. 그냥 샌드위치 먹으면서, 관심 있는 분야 유튜브 챙겨 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어차피 듣고 난 뒤 의견 개진이나 회의록 작성, 업무 분장 등이 이루어지는 '회의' 나 '세미나'가 아닌 분위기이다. 뭔가 지적인 확장을 좀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그런 기회로 생각하니 그렇게 점심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차라리 주어진 일들이 정해져 있고, 자기 나름대로 업무 스케줄링을 해놓은 상황에서 따로 시간 내어서 세미나까지 챙겨 들으라고 하는 것보다. 점심에 가벼운 마음으로 그야말로 유튜브 보듯이 보시면서 아이디어 얻어 가세요. 이런 서비스에 가깝다고 할까?

한편으로는 나도 뭔가 준비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어'로 해야 하는 장벽을 넘을만한 크기의 의지는 아니었기에 진행시키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약간의 독서나 산책 혹은 웹서핑 등을 즐기고 있지만. 정말 푹신한 수면시스템이 있다면, 낮잠을 자고 싶은 게 K직장인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재택근무하면 또 희한하게 점심에 안 졸린다. 

이런 소파가 있다면, 산책보다 이곳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는 문화가 2차 산업 혁명 때부터 시작된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점심을 주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3차를 거쳐 4차 산업혁명에 이르면서, 오히려 운동량은 줄어들었고, 애플 워치는 지속적으로 자리에서 좀 일어나라고 알림을 보내고 있고, 열량 섭취는 언제나 과잉인 상황이다. 어쩌면 점심시간을 반납 내지는 가볍게 끝내고,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내가 가장 바라는 바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기승전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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