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나는 오늘만 산다.

by 글치

나에게 관심 가져 주는 존재

요즘 매일 나에게 기분을 물어보는 존재가 있다. 사람은 아니고 앱이다. '앱 따위가 감히 나의 기분을 물어보다니' 였던 첫 느낌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오늘의 나와 나의 기분에 관심을 가져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기분 데이터’가 쌓이니 나의 기분에 진심 어린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나의 기분에 관심이 적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특별한 경우에는 기분에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매일의 기분을 관심 가져 보지 못한 삶이었다.


5ABA6D10-5D4B-4FDC-8359-AC4F62174B16_1_201_a.jpeg 나의 기분 변동 그래프


오늘을 챙기지 않는 삶

내일을 꿈꾸고, 내일을 계획하고, 내일을 위해서 살았다. 어려서부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을 살라고 많이 들어왔다. 이상적인 삶이란 '내일의 행복을 향해서 오늘을 쥐어짜며' 사는 것이 맞는 걸까? 엄밀히 말해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지 않는 한 내일은 시간이 지나면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그렇게 꿈꾸며 그리던 내일이 다가오면 그 '내일'을 오늘이라고 치부하며 또 다른 '내일'을 위한 희생물로 삼는다. 그렇게 오늘을 함부로 대하다 보니 오늘을 살아낸 나의 기분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일 내가 느끼고 싶은 기분보다 훨씬 중요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오늘만 사는 사람은 멋있다.

'나는 오늘만 산다'라고 말한 배우처럼 멋진 모습을 가지진 못했지만,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멋진 내일이 멋진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주게 된다. 내일이라는 가상공간 가상 시간에 비축해 놓은 행복은 '결코 만나볼 수 없는 무언가'가 되겠지만, 오늘의 순간만을 살겠다는 사람이 오늘 만들어낸 행복과 그로 인한 '기분'은 아주 현실적이고 만질 수 있는 '나를 위한 무언가'가 되어준다.

기분을 트래킹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어 보였다. 생각보다 나의 삶 속에서 느껴진 나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변동이 있고 기분의 종류도 앱에서 제안하는 것보다 더 복잡할 때가 많지만, 너무 복잡하면 기록하기가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기록해주고 간단한 분석이 가능하다면 오늘을 소중히 여기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좋은 앱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나의 기분에 관심 가져줄 사람이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다 각자의 삶을 챙기기도 벅찬 세상이 아닌가. 나를 도와줄 앱 하나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쓸쓸한 느낌이긴 하다.

오늘의 기분을 위해 아내와 차 한잔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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