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지니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Sep 03. 2023

응답한다 1997

나의 1997을 기록해 둔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

마왕의 작품. 그를 마왕으로 부르는 것이 그를 기념하는 방법이다. TV 애니메이션 OST라고 해서, 마왕이 장난치는 구만 했다가 와 장난 아니네 했던 명반. 나의 귀와 심장을 즐겁게 해 줬다. 그리고 넥스트는 해체하고 더 이상 다음이 없어졌다. 그도 없어졌다. 남은 건 음악뿐…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마!

아.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국보로 남겨야 할 것 같다.



IMF

아직도 원어가 뭔지도 모른다. 그다지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어찌 됐든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단어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격변 흑역사. 덕분에 우리 집도 힘든 세월을 보냈고, 국가의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과 마음을 바쳐 체험한 시기였다.



또 다른 음악들

97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없는 한 해였다. 나의 음악 역사에서 한 구석이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98년에 솔로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사이 자우림과 림프비즈킷이 데뷔해서 나의 음악 역사에 새로운 장르들을 열어주었다.



디아블로 1과 이메일 만들기

처음으로 개인 pc가 생겼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디아블로 1을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이메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는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로 전화선을 모뎀으로 연결해서 어찌어찌 인터넷이라는 것을 해보던 때였다. 몇몇은 이런 환경에서도 디아블로 1을 온라인 플레이하기도 했다.


이메일을 만드는 것이 학교 과제였을 정도로 아직 인터넷이 생소하던 시기였다. 계정이라는 것이 나의 실명과 달리 이메일만을 사용하기 위한 또 다른 이름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혼란스러웠었던 기억도 있다.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고, 잘 이해도 안 된 까닭에 거의 2주에 걸쳐 겨우 메일을 만들었다.



타이타닉

왜 디카프리오는 같이 타이타닉 잔해에 올라타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가서 몰입이 깨졌지만, 잊을 수 없는 명작으로 기억된 영화. 처음으로 돈주고 OST를

샀다.



삐삐

삐삐를 아는 척하고 싶지 않지만. 너무 잘 아는 나다. 특히 지금의 부재중 통화 비슷한 호출과 함께 제공되던 음성사서함은 첫사랑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음성 메시지를 전해 주었었다. 음성메시지가 들어오면 바로 들을 수 없고 공중전화나 집전화로 사서함에 들어가서 듣는 방식이었다. 음성을 듣기 전까지 기대감이나 혹은 걱정으로 기다렸던 그 시절이었다.

AI가 그린 삐삐. 잘 모르는 듯하다.



어떤 것은 없어지고 어떤 것은 이어짐이 흥미롭다. 세월은 언제나 흐르고 많은 게 변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관통하는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마 시대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거 같다.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만을 바라본 사람들.

그들을 존경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길만 뛰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