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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Apr 21. 2023

꽃길만 뛰자

나머진 걷기라도 하자.

꽃길만 걷자?

꽃의 유통기한은 굉장히 짧다. 인생에 꽃길이 차지하는 기간도 보통은 길지 않다. 꽃길만 걷겠다면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꽃길이다 싶으면, 걸어서는 안 된다. 한정된 꽃길 기한 동안에 나의 속도가 빠르면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인생이 꽃길이라면 걷지 말고
충분히 뛰어 가자.


나는 꽃길에서는 뛰기로 맘먹었다. 물들어올 때 노 젓는 것과 비슷하다. 나머지 길에서는 느리게 걷기라도 해야겠다. 가만히 있다 보니 다시 걸을 기회나 뛸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숨을 헐떡거릴 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비(非) 꽃길에서의 준비가 꽃길에서의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준다.


2022년은 꽃길이 아니었다.

2023년은 꽃길의 기운이 올라오는 듯하다. 어디선가 꽃향기가 난다. 2022년에 그래도 어그적 어그적 산책 수준이라도 걸었던 날들이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인생의 멘토 중 한 분이 하신 말씀을 늘 기억한다.

낙담이 되어도 잠으로 도망가지 마라.
아무것도 안 하는 삶만은 살지 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은 책을 한두 장이라도 읽고, 아무것도 보기 싫은 날은 산과 바다를 보러 갔다. 아무도 만나기 싫을 때는 글을 만났다. 잠을 자는 것보다 만족감이 있었다. 사실 잠은 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꽃길만 걸으라는 축복이 다른 사람들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인생은 꽃보다는 나무가 빽빽한 첩첩산중이나 꽃은커녕 풀 한 포기 보기 어려운 사막 같은 시절의 비중이 높다. 꽃길만 걸으라는 축복은 꽃길이 아니면 잘못된 인생이라는 오해를 하게 만든다. 그 오해로 좌절감에 억눌려 걷지도 서있지도 못하는 후배들을 본다.

꽃길의 유통기한은 짧다.
하지만 다른 길도 걸을만하다.

그냥 걷자. 천천히라도

최소한의 운동에너지를 소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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