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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Feb 18. 2023

누군가는 죽어야

오랜만에 중국요리 파티다. 날이 갈수록 소화력이 좋지 않아 지는 것 같다. 중국요리의 소화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날은 짜장면에 탕수육이 생각난다.

드디어 요리가 나왔다.

‘자, 우리 딸, 탕수육 먹어봐 아빠가 작게 잘라 줄게.’

딸내미는 잘 먹겠다는 말대신 질문을 날린다. 처음 듣는 질문이다.


아빠!
탕수육은 누굴 죽여서 만든 거야?
2022.08.13


누굴 죽여? 무슨 말이지?

돼지고기가 주재료이니까 돼지를 죽였겠지? 돼지의 죽음! 갑자기 돼지의 희생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그렇지. 돼지는 그렇게 죽었지. 탕수육을 위한 죽음이 새삼스럽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왠지 불편한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다.

다만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맴돌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즐거움을 위해 지구상의 다른 무언가를 죽이는 존재라니… 이미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것 같다.

아~. 탕수육은 돼지를 죽여서 만든 거야.

뭔가는 살리는 일을 하든지. 죽어준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하든지 해야 할 느낌이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일단 잘 먹긴 했다.

오늘도 당황스러운 아이들의 질문 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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