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의 것들
서울대책상이라는 책상이 있다. 이름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대 생들이 쓰진 않을 것 같고, 서울대 출신이 만든 것도 아닌 것 같고, 이걸 쓰면 서울대 간다는 얘길 하기엔 무리수인 듯하다. 이유를 따로 찾아보고 싶진 않았다. 아무튼 그 책상을 딸에게 초등학교 입학기념으로 주게 되었다. 식탁에만 앉아도 신기했던 나이를 지나 이제 자기 책상에 앉아 있는 딸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나의 첫 책상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첫 책상은 좌식 책상이었다. 당시 반지하 단칸방에 살던 우리는 숙제 같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밥상을 활용하곤 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책상을 하나 얻어 오셨다. 책상은 꽤 낡아 있었다. 버려진 책상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손수 샌드페이퍼 질을 하시고 페인트 칠을 하셨다. 작업이 마무리가 될 때까지 무엇에 쓸 것인지 말씀해주시지 않았던 기억이다. 마무리가 된 책상을 방에 들여놓고는 말씀하셨다.
‘자 책상이다. 이제 여기서 공부할 수 있다. 여기 서랍 두 개 중에 하나는 네가 쓰고 다른 하나는 동생이 쓰도록 하자’
단칸방에 나의 영역이 생겼다. 그리고 내 물건을 구분해서 넣어 둘 수 있는 서랍도 생겼다. 더 크고 좋은 책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기뻤다. 공부에 취미를 붙일 수 있게 된 시작점이었다.
책상에서 숙제도 하고 책도 읽었고 요즘으로 말하면 DIY 같은 것도 했다. 서랍은 각종 장난감들의 부품과 약간의 공구 그리고 잡동사니들로 금방 꽉 차게 되었다. 엔지니어의 길이 이렇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 집엔 옆에 큰 책장이 있고 책상의 넓이도 어마어마해 보이는 큰 책상이 있었다. 볼수록 부러웠지만, 난 속으로 말했다. 그래도 공부는 내가 더 잘하게 될 거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어떻게든 책상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마음과 그 책상을 기쁘게 여긴 아들을 보며 아프셨을 그 심정을.
아버지! 덕분에 손녀딸에게는 첫 책상으로 서울대 책상을 마련해 줬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제게 주신 첫 책상의 향기는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어요.
좋은 추억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