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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r 13. 2023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아들내미가 호시탐탐 노리는 내 물건이 있다. 바로 아이패드. 아들이 보기엔 무한한 동영상의 세계와 어떤 게임이든 누르기만 하면 설치되고 해 볼 수 있는 꿈의 장치다. 아들은 그것을 ‘손으로 하는 아빠 컴퓨터’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제한을 걸어둔 아이들이 쓰고 있는 태블릿이 있지만 그에 비해 막강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가끔은 그 욕구가 커진다. 아이들 태블릿을 누나가 독점할 때다. 나에게 아이패드를 달라고 조른다. 나는 거절한다. 웬만해선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포기하는 편이지만 아쉬웠는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한마디 한다.


아빠가 할아버지 되고
엄마가 할머니 되면
아빠 거는 내가 갖고
엄마 거는 누나가 갖는 거야?
2022.07.12


아니 요 녀석! 하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할아버지가 되면? 그래 아이패드는 아마도 필요 없을 것 같긴 하다. 자연스레 내가 늙었을 때 더 이상 나에게는 필요치 않는 소유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 모든 것들은 남기고 가야 한다. 받을 대상이 아이들 일지 다른 사람일지 모르지만 더 이상 내 것은 아니게 된다. 죽고 나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을 남길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무엇을 주고 싶은가? 집이나 자동차? 뭐니 뭐니 해도 현금? 모르겠다. 무엇이 진정 도움이 될지 예측이 안된다. 어떤 작가들처럼 자기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모아서 출판한 책이면 어떨까? 출판할 수 없더라도 내가 책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건 아이패드를 물려주는 일보다 더 의미 있고 따뜻한 일일 것이다. 아무래도 클라우드에 넣어 링크로 전달하지 않을까 싶어 상상해 본다.


얘들아,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면
이 링크를 열어보렴.


남겨줄 마음에 오늘도 한 자 한 자 적어본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idss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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