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May 11. 2023

명관은 구관이 될 운명이다.

구관이 명관이다.

구관도 한때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이 있는 이유는 많은 명관들이 구관이 되기 때문이다. 은퇴를 해서 그렇기도 하고, 타의에 의해 밀려나기도 한다. 이유는 하나.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명관은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 시대에 딱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시대는 항상 변한다. 그 시대에 딱 필요한 사람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질 수밖에 없다. 역사 속의 명관들은 대부분 자신의 그러한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겸허히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임진왜란 중의 영웅 이순신장군도 전쟁이 끝나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분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회사 생활 중에서 명관으로 비유할 만한 뛰어난 관리자들을 만나곤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도 구관이 되는 것을 보게 된다.


한때 엄청난 실적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승승장구했던 분이 시대의 변화 속에 적응하지 못한 채 서서히 기울어 가는 것을 보기도 했고, 공장의 설립 초기부터 기계 하나하나를 설치하고 밤을 새 온 개국 공신이 자동화되어 가는 공정에 설자리를 잃어감을 보기도 했다. 모두 인정할만한 실적이 있는 분들이었다.


명관을 향해

지금 나는 나름대로 명관을 향해 가는 중이다. 내가 마음먹은 것이 전략이 되고 그 결과들이 성과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시대’를 잘 탄 것임을, 환경적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대학원에서 왜 연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첨단 기술도 아니고, 유행하는 이론도 아닌 분야들이 주어졌다.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아온 세월들이 지금의 업무환경에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배경지식, 경험, 인맥이 우연히 잘 맞아 돌아간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다. 명관의 근처로 다가가고 있다. 혹시 이런 환경과 나의 지속적인 노력이 잘 어우러져 명관이라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관의 자리에 올라왔다 싶은 순간, 필연적으로 구관이 될 운명을 기억해야 한다. 겸허해야 한다.


구관의 멋짐

언제까지나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 하진 못하겠다.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고 이미 따라잡기 어려워 보이는 구석들도 보인다. 시대를 거슬러 구관이 되지 않는 명관은 히어로급이며,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할 이야기다.

구관이 될 준비는 명관 때 해야 한다. 명관이라는 기억을 주고 싶다. 그 기억이 어떤 동기부여나 용기 혹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내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좋다. 자리를 지키려고 애쓴다면 그나마 있을만한 것들이 가려지고 만다. ‘박수할 때 떠나라’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웬만하면 사람 들은 떠나는 이에게 박수를 보내준다.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지금부터 생각해 둬야 한다. 기억해둬야 한다. 멋진 피니시를 준비하자. 일단 박수부터 받아야겠지만.


명관은 구관이 될 운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장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