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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y 16. 2023

무서운 전화기였던 무선 전화기

첫 번째의 것들

초등학생 때였다. 매번 고쳐 말하지만 국민학생 때였다. 무선 전화기라는 것이 등장했다. 지금의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이 아니다. 집 전화기로써 집안에서만 들고 다닐 수 있는 무선 전화기다. 그 흔한 블루투스도 개발되기 전의 이야기다.


광고화면

당시 집이 좀 부유한 편에 속하는 경우, 무선 전화기를 구매했다. 드라마에서도 부유한집의 거실에 무선전화기가 소품으로 쓰였을 정도였다. 모든 전자제품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순식간이기에 곧 꽤 많은 집으로 보급되어 갔다. 그래도 흔치는 않았던 시절에 친척집에 가서 처음 무선전화기를 보게 되었다.

신기하게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어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글치야 전화 좀 받아라’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무선전화기로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머뭇거리다가 일단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유선 전화기를 받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여보세요?’ 말을 했다.

하지만 벨은 여전히 계속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 들어도 전화는 받아지지 않았다.

‘글치야 전화 왜 안 받니?’

차마 어떻게 받는지 모른다는 말을 못 했다. 사촌이 뛰어와서 전화를 받았다. 당시엔 어떻게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 통화 버튼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다.


지금은 유선전화기를 보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흔하디 흔한 무선 전화기의 수화기를 보며 가끔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느꼈던 신문물에 대한 어떤 충격이 기억난다.

내가 쉽게 다룰 수 없고,
그동안 경험한 방식과
다르다는 두려움이었다.


누구든지 이런 류의 새로운 기기,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이 주는 충격, 당황스러움, 두려움 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과 키오스크에 대해서 여러 말들이 있는데 아마도 비슷한 여러 감정이 느껴지실 거라고 유추할 수 있다.

전화를 왜 안 받니?라고 독촉한 목소리가 키오스크 앞에 선 어르신들에게도 들리실 거다. 빨리 주문하지 뭘 그리 꾸물거리냐는 듯한 말없는 말들. 지하철에서 두리번거리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면, 그분들이 느끼실 당황스러움이 공감될 때가 있다. 수많은 표지판이 설명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설명들 사이엔 생소한 것들도 끼어 있다. 편리함을 위해 업그레이드된 승하차 시스템도 쉽게 다룰 수 없다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


2053년이 되었을 때 나도 누군가의 눈총을 받으며 무언가를 못 찾고, 무언가를 조작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지금도 디지털에 잘 적응하시는 노인들이 간혹 있듯이 변화를 얼추 따라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어린 시절 무선전화기 앞에서 처럼 얼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엔지니어로서 기술의 발달이 좀 더 모든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그게 좀 돈이 안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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