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Aug 29. 2023

아빠의 싸움 실력

어려서부터 싸움은 젬병이었다. 싸움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사실 관련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운동을 잘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는 평범 이하의 전투력을 갖고 있다.

어려서부터 여자 아이들에게 맞기도 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태권도라도 배워보라고 하셨다. 한 일 년 정도 배웠나? 그게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엔 싸움을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긴 했다.

싸움의 기술이란 영화를 보고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맨날 맞고 다니던 주인공이 아주 실용적인? 기술들을 연마해서 복수를 해내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내 관점에선 그 주인공도 나쁘지 않은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아이들끼리 우리 아빠 논쟁이 시작되면, 우리 아빠는 뭐도 할 줄 알아. 우리 아빠는 뭐도 있어. 등등 점점 수위가 높아지다가 결국 우리 아빠의 싸움실력까지도 나오기 마련이다.

오늘은 다른 집 아이와는 아니고, 우리 집의 두 아이가 아빠의 싸움실력을 논하기 시작했다. 딸내미는 비교적 정확한 평가를 했다.

‘아빠 싸움 못해. 근육도 없고, 빠르지도 않아 ‘

그래 맞는 얘기다. 하지만 좀 그렇네. 그때 아들내미가 갑자기 아빠가 싸움을 잘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유까지 말해준다.


아빠 싸움 잘해.
어제 엄마랑 싸움했잖아.
2023.03.26


‘아! 그거랑 그거랑 다른 거야’

딸내미는 역시 똑똑하구나. 하지만 뭐 나는 아들내미의 ’ 싸움 잘해 ‘ 소리만 기억하련다. 뭔가 속상하고, 뭔가 미안한 순간이지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해명을 요청하는 아들의 눈빛이 있었지만 애써 못 본 척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조금 배우다가 말아버린 복싱 글러브를 찾아본다. 그런데 이미 스트랩 묶는 법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복싱 다시 시작한다.라고 글러브에게 조용히 말해줬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의 종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