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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Aug 28. 2023

배움의 종료

멈추면 죽는다.

죽기 전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죽기 전까지 배우겠다는 사람의 어록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 배우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힘들게만 느껴진 배움의 길은 고3을 끝으로 끝났으면 헸다. 말 그대로 학업을 졸업하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시작한 학부는 열심을 잃은 공부의 연속이었고, 쌓이지 않는 학업의 되풀이였다. 스스로 동기 부여해서 배우게 된 시작은 복학하고 나서 첫 학기의

고체역학 시간이었다. 난생처음 학문이 나를 당겼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보다 몇 배의 문제를 풀기도 하고, 대학원생들이 볼법한 원서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배움의 기본적인 시작은 그런 호기심에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중고등학교는 호기심을 잊어가는 과정이었다. 잊어버린 호기심만큼 학업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가 줄어들었다.

원래 우리 모두는 호기심 지수 최대치로 태어났을 것 같다.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질문 폭탄을 보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궁금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호기심을 줄여가는 건 나의 양육이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 폭탄을 끊어 내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내 경험상 너무 많은 호기심을 가진 채로 학교 수업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적응은 오히려 적당히 호기심을 줄여가고 일단 외우라는 것을 외우고, 풀라고 하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적응을 열심히 해온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도 적응시켜 가고 있었다. 그들의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를 조절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아이들의 배움의 양과 질은 잘 모르겠지만, 배움의 욕구는 확실히 나이에 반비례함을 알게 되었다.

딸내미는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 그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거나 관심 갖는 게 벅찰 때도 있다. 댄스, 피아노, 드럼, 발레, 태권도, 축구, 수영 등 해보고 싶은 게 자주 생긴다. 맛만 보고 끝내기도 하지만 꽤 오래 배우기도 한다. 어찌 보면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게 인생의 즐거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정말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
휘파람 학원을 다녀야겠어
2023.04.14


휘파람에 관심을 갖더니 틈만 나면 연습을 한다. 뜻대로 잘 되지 않았는지 아빠에게 지원을 요청한 거다. 딸내미는 휘파람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휘파람 학원이라는 생각의 귀여움과 함께 느껴진 것은 나에게서 사라져 가고 있는 배움의 호기심들이었다.

난 사실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한다. 휘파람을 멋지게 부는 영화의 주인공이 멋져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배워서 유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더 직접적으로는 돈이 안 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배움의 동기는 더 이상 호기심이 아니다. 메말라가는 호기심이 바닥나는 어느 날이 바로 배움을 완전히 멈추는 날이고 결국 인생도 멈춰가게 될 날이다. 그런 짓을 스스로 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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