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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Dec 10. 2023

철 모르는 아이가 철을 알아요

기상이변

철을 모른다는 표현은 계절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많이 쓴다. ‘철부지’라는 말도 철을 모른다는 뜻의 한자어다. 철부지 어린아이 시절, 나의 기억 속에는 실제로 계절과 관련된 것들이 희미하다. 어떤 기억의 파편이 어떤 계절이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의 일들은 계절이 같이 기억되어 있다. 철을 모르고 사는 것은 한편으로는 부러운 시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철을 모르는 아들내미가 철을 아는듯한 소리를 했다.

아빠 수요일은 여름인데
금요일은 왜 겨울이야?
2023.04.20


다시 생각해 보니, 철을 모르겠다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사실 어른들도 철을 모르겠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일주일 사이에 4계절을 경험하는 듯한 판타지스러은 기상이변은 이제 철 모르는 아이들까지 인지할 정도가 된 거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상황이다. 이러다가 다음세대에는 ‘철 모르는’이라는 표현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 누구도 철을 알 수 없는 때가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 그렇다.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해양성 기후의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절대 눈이 오지 않는 때인데 눈이 내려서 쌓였다며 ‘사진을 보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눈

‘That’s very strange!’

라는 메시지와 함께 뭔가 모를 혹은 알고 싶지 않은 무서운 일이 다가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전해졌다.

철 모르는 인류가 나타나지 않길 빌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에겐

‘정말 이상하지? 지구가 아픈 것 같아’

라고 말했다. 너무 많이 아픈 지구를 물려주진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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