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철을 모른다는 표현은 계절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많이 쓴다. ‘철부지’라는 말도 철을 모른다는 뜻의 한자어다. 철부지 어린아이 시절, 나의 기억 속에는 실제로 계절과 관련된 것들이 희미하다. 어떤 기억의 파편이 어떤 계절이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의 일들은 계절이 같이 기억되어 있다. 철을 모르고 사는 것은 한편으로는 부러운 시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철을 모르는 아들내미가 철을 아는듯한 소리를 했다.
아빠 수요일은 여름인데
금요일은 왜 겨울이야?
2023.04.20
다시 생각해 보니, 철을 모르겠다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사실 어른들도 철을 모르겠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일주일 사이에 4계절을 경험하는 듯한 판타지스러은 기상이변은 이제 철 모르는 아이들까지 인지할 정도가 된 거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상황이다. 이러다가 다음세대에는 ‘철 모르는’이라는 표현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 누구도 철을 알 수 없는 때가 되어가고 있다. 점점 더 그렇다.
비교적 겨울이 따뜻한 해양성 기후의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절대 눈이 오지 않는 때인데 눈이 내려서 쌓였다며 ‘사진을 보냈다.
‘That’s very strange!’
라는 메시지와 함께 뭔가 모를 혹은 알고 싶지 않은 무서운 일이 다가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전해졌다.
철 모르는 인류가 나타나지 않길 빌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에겐
‘정말 이상하지? 지구가 아픈 것 같아’
라고 말했다. 너무 많이 아픈 지구를 물려주진 않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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