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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Dec 17. 2023

나쁜 걸 만드는 사람들

어쩌면 모두가 공범

어느 날 딸내미가 물어왔다.

‘아빠, 마약이 뭐야?’

어디서 들은 건지 몰라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어, 그건 나쁜 거야’


또 어느 날 딸내미가 물어왔다.

‘아빠, 담배가 뭐야?

‘어, 그건 나쁜 거야’


그리고 또

‘아빠, 탄소배출이 뭐야?

‘어, 그건 나쁜 거야’


이런 유의 대화가 몇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딸내미는 결론을 내렸다.


근데 왜 사람들은
나쁜 걸 더 많이 만드는 거야?
2023.08.26


‘아니야 세상에는 좋은 것도 많아. 좋은 걸 만드는 사람들도 많고’

라고 대답해야는데, 솔직히 나쁜 걸 만드는 사람과 좋은 걸 만드는 사람의 비율은 자신이 없다. 누가 더 많을까? 그래도 세상이 유지되고 굴러가는 걸 보면 좋은 걸 만드는 사람이 51%즘 되려나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비율이 역전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만약에 아빠는 나쁜 걸 만들어요? 좋은 걸 만들어요?라고 애들이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빠는 그냥 돈 되는 걸 만들어.’라고 대답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좋은 걸 만들고 있는 걸까? 새삼스럽게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산업군은 이제 내가 좋은 걸 만드는지 나쁜 걸 만드는지 명확하지 않게 해 준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실제로 실험이나 시생산이 이뤄지는 것을 줄여주는 일을 하지만, 그 컴퓨터를 이용한 다량의 계산을 위해 많은 전기와 컴퓨팅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면, 어차피 내가 하는 일도 탄소를 배출하는 일이다. 유기농 채소를 기르기 위해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과정은 친환경이 아닐 수 있다고 한 글이 생각난다.

결국 우리는 아주 명확한 ‘나쁜 것’을 만들지 않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린 다 나쁜 걸 만드는데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 누군가에게만 잘못을 전가하고 싶지 않아 졌다.


이제 대답이 궁색해진다. 궁색한 대답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아빠가 만드는 것 중에 좋은 게 조금이라도 많길 노력하고 있어 ‘

그리고 궁금해진다.

좋은 것만 만드는 삶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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