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래스카에서의 낚시
6월은 연어 낚시 시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6월 중순 경부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6월 초에 갔을 때에는 아주 내륙지방까지 연어가 올라오진 못하고 있었다. 6월 초에는 연안지방에 많은 연어들이 올라오는 시기이다. 그곳으로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이 시즌에 연안지방은 물속에 연어가 많이 있는 만큼 물 밖에는 사람도 많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가길 원했기에 연어도 적고 사람도 적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도 낚시를 포기한 여행은 아니었다.
사람도 그렇듯이 꼭 때가 되지 않았더라도 먼저 움직이는 그런 종자들이 있다. 연어도 급히 중류까지 올라온 놈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낚시를 준비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문제와 채비를 준비하는 문제, 그리고 좋은 포인트를 찾는 것 이 정도의 해결 과제가 있다.
라이선스를 얻는 것은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은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고 라이선스를 출력해서 가져갈 수 있었다. 그 절차는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영어의 장벽도 그리 크진 않았다. 미국 내의 거주지 주소를 입력해야 하는데 캠핑장 주소로 대체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발급되는 라이선스는 라이선스라는 이름이 좀 무색한 텍스트 기반의 한 장짜리 서류.
낚시채비는 한국에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인터넷의 정보를 활용하여 준비하긴 했으나, 결국 현지에 가보니 무용지물이었다. 생각보다 바늘이 더 커야 했고, 생각보다 미끼도 더 커야 했다. 그리고 현지의 연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현지에서 잘 알 수밖에 없다 보니, 이곳에 와서 낚시점 주인의 조언을 따라 새롭게 채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캠핑장의 관리인 사무실에도 낚시장비는 제법 있는 편이었다. 대여도 해주고 판매도 하였다.
루어 대라고 불리는 저 낚싯대는 한국에서부터 가져가기가 만만치 않다. 두 개로 분리되는 경우에도 길이가 워낙 길어서 기내 반입이 불가능하고, 따로 수하물 처리해야 하는데, 낚싯대가 손상될까 걱정도 많이 되고, 또 다른 수하물에 비해서 무게는 가볍다 보니 잘 분실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 팀의 낚싯대가 분실되어 공항에서 실랑이 끝에, 시애틀 수하물 적재 시 누락된 것을 찾아서 하루 늦게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한 팀은 공항에서 묶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낚싯대는 차라리 현지에 가서 대여를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수하물 처리 비용이나, 대여 비용이나, 비슷하게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에서 파는 릴대 중에 탄력이 좋은 것을 챙겨 갔었다. 이것으로도 어느 정도 시늉을 낼 수 있었다.
잡았다. 필자는 잡지 못했지만, 동료들이 잡았다. 정말 크다. 작은 편의 놈이 잡힌 것이라고 관리인이 얘기했지만 내 눈에는 크게 보였다. 아쉬운 것은 먹을 수 없다는 것,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잡아 둘 수도 없고, 바로 풀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 잡은 고기에 대한 처리 방침이 다르고, 어종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도 틀리다. 대부분은 가져갈 수 없고, 한정적으로 한 마리씩 가져갈 수 있다든지, 어떤 어종은 아얘 잡아서도 안 되는 것도 있고, 잡으면 바로 놔줘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은 잡아도 놔줘야 하는 지역이었다. 다른 후보지가 있었는데 그곳은 한 마리씩은 가져가도 되는 곳이었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잡아도 어떻게 요리해 보기가 엄두가 안나는 상황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