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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Jan 07. 2024

지구를 잊어버렸다.

지구를 지켜라

요즘엔 아이들이 환경에 대한 교육을 많이 접하는 편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잘못된 것들을 곧잘 지적하곤 한다.

‘아빠, 샤워기를 계속 틀고 있으면 안 돼요. 지구가 아파요’

‘아빠, 아무도 없는 방에 불을 꺼야 돼요. 지구가 아파요 ‘

‘아빠, 사람들이 왜 마트는 가까운데 차를 타고 와요?’

사실 우리 집에서 마트가 가깝진 않다. 아이들을 걷게 할 겸 해서 어려서부터 걸어 다녔고, 어느새 익숙해졌나 보다.

사람에 따라 마트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멀리 살 수도 있고, 물건을 많이 사거나, 무거운 걸 사면 차에 싣고 오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해 준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의 아들내미.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모퉁이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고 드디어 참았던 말을 한다.


사람들이 지구를 모르나 봐
2023.5.18


어른들의 마음속에서 지구를 잊어버린 게 아니냐고 물어오는 아들이다. 해변에 놀러 가도 바다가 아프다고 쓰레기를 줍던 그는 우리 집의 열혈 환경 운동가이다.

아마도 지구를 인격이 있는 한 명의 친구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면 잊어버린다. 내가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인지의 범위는 ‘시’ 단위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고, 아시아 대륙에 살고 있고, 여러 나라가 존재하는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기엔 삶이 너무 힘겹다. 덕분에 지구는 잊혀 가고 있다. 모두가 지구에 살지만 모두가 잊고 사는 그런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 바쁘게 사는 어른들에게는 아주 희미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기가 아닐까? 그래서 지구를 모르는 어른이 아닌 지구를 아는 어른이 되는 것이 시작점일 것이다. 어린 시절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로봇들, 특공대, 히어로, 용사, 마법사, 요정, 과학자들을 수없이 보고 자랐건만, 어른이 되어서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별나다고 말할 뿐인 평범한 사람이 되어 있다.

뽀로로도 생각하는 지구를 잊어버린 어른이라니

내가 기억해 주마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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