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포기하다.
2023년을 회고해 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벌렸던 해이다. 일은 벌여 놓고 연말이 다가 올 수록 수습 하느라 애썼던 시간들이 많았다. 그 시간들 중 10월 무렵에는 함께 일해야 할 사람들의 빈자리를 메꾸느라 힘이 들었던 시기였다. 일도 일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에 의한 스트레스가 증폭되고 있었다. 납품기한은 정해져 있고, 동료는 갑작스럽게 퇴사했다. 그런데 협업하는 부서의 직원도 퇴사를 예정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연초에 처음 이 일들을 시작할 때와 너무 달라진 상황에 힘이 꽤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퇴근 후 집에서도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아들내미는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갑자기 말을 내뱉었다.
아빠는 힘들지 않아?
그럼 한숨을 쉬어
그럼 나아져
2023.10.4
‘어? 한숨? 아… 그래 한숨 쉬어 볼게’
자신의 노하우를 말해주듯 나름 진지하게 조언하는 아들내미의 표정에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얼마나 힘들은 티를 낸 건가 싶기도 했다. 어찌 됐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숨은 무언가를 해소했다.
한숨 : 네이버 국어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근심이나 설움이 있을 때, 또는 긴장하였다가 안도할 때 길게 몰아서 내쉬는 숨.
한숨을 자신이 쉬는 경우에는 아주 풀기 힘든 일에 대해 포기나 좌절감이 들 때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숨을 쉬고 나면, 왠지 모를 환기가 되는 면도 있다. 포기할 순간 긴장했던 마음을 몰아 쉬고 다시 시작한다. 포기를 포기하는 순간이다. 한숨을 많이 쉴 수는 있다. 계속 한숨이 나와도 갈 수 있다. 그러나 숨을 쉬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한숨 나오는 상황이 올 해에는 얼마나 또 올 것인가? 괜찮다. 한숨 쉬며 가면 되니까.
한숨 나온다와 한숨을 쉰다의 태도 차이는 수동과 능동의 차이다. 이왕 한숨을 쉰다면 나올 때까지 참지 말고 내가 먼저 쉬어가며 가야겠다. 좌절감은 또 찾아올 테니 말이다.
한숨에 대한 너무 좋은 기사가 있어서 공유해 본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739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567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