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힐드레 04
배운 것들을 복습할 겸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개인 연습을 한다. 개인 연습 시간에는 연습실에 당연히 혼자만 있는다. 처음엔 혼자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쭈뼛쭈뼛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빠져 든다. 간혹 옆 레슨실의 연주 소리가 들린다. 수준이 다른 연습생들의 연주다. 빠르기도 하고 연박과 화려한 필인이 대략 들려온다. 내 연습 소리가 그들에게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그러나 나는 이 레슨실의 방음을 믿는다. 그리고 두드린다.
계속 방해를 하고 있는 왼손을 트레이닝한다. 가만히 보니 왼손을 오른손처럼 대접해주지 않고 있었다.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파워로 똑같은 정확도로 때려야 하는데, 기대감이 적었다. 왼손도 할 수 있다. 왼손에 오른손의 파워를 실어주마.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다. 뚝딱뚝딱 패드를 때리다 보면 어느새 메트로놈 소리와 일치되면서 메트로놈 소리가 안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반복을 한다. 이런 식으로 5분까지는 가야 하는데 아직은 1분 정도에서 흐트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엄청난 이름 같지만, 바로 ‘정신과 시간의 방’이다. 이 단어를 아는 사람은 드래곤볼을 즐기던 세대임을 인증하게 된다. 이 장소는 훈련의 장소로 강도 높은 훈련을 장시간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이 적게 흐르는 효과가 있다. 현실의 1일이 이 방에서는 1년이 되던가? 그렇다.
훈련처럼 고된 일들은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은 시간이 빠르게 가게 한다. 개인 연습을 하러 간 연습실은 두 가지가 공존하는 듯하다. 패드 연습을 할 때는 한참을 해도 십 분이 흐르지 않을 때가 많은데 곡연습을 하면 20분이 어느새 흘러 있다.
어찌 됐든 혼자 조용히? 연습하고 나올 때면 뭔가 뿌듯하다. 첫 번째 연습곡은 everything이다. 검정치마의 명곡이고 메트로놈 60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곡이다. 간단하지만 활용도 높은 기본 필인이 포함되어 있다. 간단하다고 하셨지만, 처음부터 잘 되는 게 어디 있겠는가. 선생님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레슨을 받고, 개인 연습 시간에는 조금은 자유롭게 연주를 해본다.
조금씩 된다. 신난다. 그리고 곡이 너무 좋다.
https://youtu.be/Aq_gsctWHtQ?si=zogAhwkyzL0oujY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