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는 빛은 항상 선한 이미지이고, 어두움이 나쁜 이미지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의 동화나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도 모두 그런 식의 메타포를 사용한다. 성경에서도 그 비유는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것은 매우 표준적인 그런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불문율을 깰 듯한 뉘앙스가 담긴 질문을 받았다.
빛은 다 착한 거야?
2023.12.6
‘그렇지. 빛은 다 착하지 ‘
그런데 질문을 한 아들의 뉘앙스가 좀 수상하다. 착하지 않은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왜? 착하지 않은 빛을 만났어?’
‘어. 빛은 어두운 데를 환하게 해서 착한 건데, 길에서 자동차를 만났는데 갑자기 빛을 켰어. 너무 눈부셔서 앞을 볼 수 없었어. 그 빛은 나쁜 거야.’
아마도 골목에서 상향등을 켰는지 모르겠지만, 아이 입장에선 운전자가 화를 낸 듯한 불빛으로 느꼈나 보다.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지만, 빛을 밝히는 사람의 태도와 의도에 따라서 그 빛은 선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갈수록 어떤 행동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도와 그 행동을 할 때의 태도에 점점 더 관심이 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인지, 사람들의 행동만으로 말만으로 그 사람을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더 느껴간다.
‘부장님 정말 최고이십니다. 걱정 마시고, 같이 과제 잘해보시죠!’
라고 말했던 과장이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한다. 그리고 과제는 급조된 인력들과 함께 힘겹게 진행된다. 그가 했던 선한 말과 밝은 표정 그리고 추임새들이 다시 생각되기도 한다.
‘형님 정말 조언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조언입니다.’
라고 말한 후배가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기도 한다. 이젠 좋은 말을 들으면, 오히려 걱정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만하지 못한데, 저런 말을 하는 그 마음이 순도 100%일까?’
결론은 결국
나나 잘하자
아들에게 대답한다.
‘그러게, 나쁜 빛도 있을 수 있겠네. 아빠는 조심해야겠다. 아들도 나중에 운전하게 되면 조심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567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