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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Feb 04. 2024

보물 지우개

나의 보물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모을 때는 그 물건이 그들에게 보물이 되었을 때다. 그런데 모아놓은 물건이 내가 보기에는 보물이 아닐 때가 종종 있다. 그중에는 스티커, 메모지, 슬라임 등등 이런 것들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것들을 보물 취급한다. 서로 물물교환도 일어나고 하는 것을 보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지우개라는 의외의 물건이 그 사이에 있기 시작한 건 아마도 아이들이 글씨 연습을 하면서부터일 거다. 자신이 쓴 글씨가 잘못되면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지우개. 지우개가 신기했나 보다. 지우개가 주는 수정의 기회는 매우 많지만 무한은 아니다. 지우개가 닳기 때문이다. 유용한 물건인데 점점 사라져 가는 특성이 있다 보니 가치가 올라갔다. 비록 지우개를 한 상자 단위로 사두었지만 오픈하지 않고 하나만 꺼내주는 것도 지우개의 가치상승에 한몫했다.

아이들은 지우개의 ‘지우는 기능’을 아직까진 아주 신기하게 생각한다. 지우개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아빠, 지우개는 어떻게 글자를 지우는 거야?‘
‘아빠, 지우개는 뭘로 만드는 거야?’
‘아빠, 지우개는 누가 처음 만든 거야?’

예상질문을 벗어난 질문이 나왔다.


아빠 학교 때도 지우개가 있었어?
2023.11.11


딸내미 생각엔 나름대로 신 기술의 집합체 정도 되는 지우개가 1900년대로 인지하고 있는 아빠의 어린 시절에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https://brunch.co.kr/@poorwriting/249


지우개 있었지!

아빠도 지우개 소중하게 생각했단다.

생각해 보니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고급에 속하는 지우개가 있었다. 수학 선생님 지우개, 과학 선생님 지우개 이런 류의 시리즈 지우개였다. 또 생각난다. 팽이 모으던 기억, 연예인 책받침 모으던 기억, 제도 샤프 모으던 기억, 우표를 모으던 기억.

소중한 게 분명히 존재했던 그때가 기억난다. 지금은 무엇이 나에게 보물이 되고 있을까? 그냥 돈으로 모든 게 귀결되는 건 아닐까?

이젠 지우개는 따로 모으지 않아도 언제든 더 살 수 있지만, 모으고 싶은 보물은 점점 없어지는 그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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