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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Nov 05. 2024

마음이 항복한답니다.

부러지는 것보다는 낫죠.

버틸 수 없는 압박들

마음의 경계선을 허물고 마음을 넓혀서 어떤 압박도 버텨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큰 압박이 갑자기 찾아오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응력이라는 말자체가 한문으로는 ‘應力‘입니다. 받은 압박에 대응하는 힘이죠. 너무 큰 압박에는 대응을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는 이런 상황을 ‘항복’한다고 말합니다. 끝까지 버텨야지 왜 항복하느냐? 잘못하다가는 부러져 버립니다. 부러지면 회복 불가능입니다. 부러지느니 항복해야 마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와 유사합니다. 위키피디아의 방어기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


항복하는 이유는 마음의 부러짐(파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항복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어떤 재료든지 그 재료가 견딜 수 있는 강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철의 항복강도를 찾아보면 300 MPa부터 시작됩니다. 철도 여러 종류라서 더 다양한 항복강도가 있습니다. 기가스틸이라고 불리는 엄청나게 강한 철은 1000 MPa을 넘는 항복강도를 갖고 있습니다. 같은 하중을 받아도 이런 철들은 항복을 안 합니다. 항복을 하면 이제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다시 회복될 수 없는 변형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 갑니다. 항복하느냐 안 하느냐의 기로를 항복점이라고 하는데, 항복점 이전에는 어떤 압박이 와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풀려버리는 거죠. 이런 현상을 탄성 회복이라고 합니다.


저마다 다른 회복 탄력성

항복하기 전의 상태, 탄성의 영역에서는 언제든지 회복이 됩니다. 고무 같은 재료는 탄성이 아주 좋죠. 잘 회복이 됩니다. 망가진 듯하다가도 다시 돌아옵니다. 그 반대로 탄성이 아주 안 좋은 재료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유리 같은 재료입니다. 유리는 항복점에 도달하면 급격히 금이가고 깨져버립니다.


탄성이 좋은 고무와 유리같이 금이간 마음


사람도 각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항복점이 각자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압박을 받아도, 어떤 사람은 회복이 금방 되고, 어떤 사람은 유리처럼 조각 나 버립니다. ‘유리멘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마도 쉽게 금이가고 부서지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겠죠. 세상은 녹록지 않아서, 쉽게 회복되는 탱탱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잘 살 수 있습니다. 유리멘털이 살기에는 어려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유리로 태어난 사람이 고무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조각난 마음을 겨우 겨우 이어 붙여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쌓인 채 말이죠.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항복' 해야만 했을까요? 항복할 때마다 금이 간 내 마음. 어떤 금들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 생긴 그런 균열을 공학에서도 ‘micor crack’이라고 부릅니다. 이 작은 균열들이 모여서 결국 눈에 보이는 큰 결함을 만듭니다. 누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 턱‘하고 떨어져 나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상실된 마음입니다. 지속적으로 마음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40대가 되어 보니 이미 마음속에 미세한 균열들이 이곳저곳 많이 생겼습니다. 어딘가의 마음은 이미 떨어져 나가서 빈 곳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습니다. 다시 회복을 해야 합니다. 미세한 균열들이 없던 모습으로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역시나 공학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고장이 나버린 재료의 조직,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스트레스들(공학에서도 남아 있는 스트레스라는 의미로 ‘잔류 응력’이라는 말을 씁니다.)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번 우리 마음에도 적용해 볼까요? 다음 글에서 소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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