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푸는 직업
스트레스는 기계공학과에 입학해서 처음 접하게 되는 전공 용어입니다. 졸업을 한 뒤에도 여전히 접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스트레스는 공학에서는 우리말로 응력이라고 부릅니다. 외부에서 힘을 받으면, 내부에서 저항하는 힘이라는 뜻입니다. 왜 저항할까요? 변형되지 않으려고 저항합니다. 너무 변형되면 회복이 안되고, 그러다 보면 파괴되거든요. 한편으로 ‘이건 우리 인생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외부의 압박에 눌리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 삶의 모든 순간과 비슷합니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재료가 강하냐 무르냐에 따라 변형되는 정도가 다릅니다. 같은 스트레스에 같은 재료라고 해도 모가난 모양인지 매끄러운 모양인지에 따라서도 변형이 달라집니다. 웬만한 압박에 대해서는 회복을 하는데 이것을 탄성이라고 합니다. 회복 탄력성과 거의 같은 단어를 씁니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변형이 일어나는 한계점을 항복이라고 말합니다. 주기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피로가 일어나서 원래보다 낮은 압박에도 항복을 합니다. 피로파괴라고 부르죠. 역학 시간에 배운 이야기들인데 왠지 직장인의 삶을 묘사한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계산하고 예측하는 법을 배우고 써먹고 있습니다. 가급적 스트레스 덜 받게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삶을 살고 있죠. 하지만 저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문제를 풀던 기억을 시작으로 내 삶의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공학에서 쓰이기 시작한 뒤 100년이 넘어서야 의학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저에게 글을 쓰기 시작할 소재를 제공해 줬습니다. 실제로 제품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그 근본적인 아이디어가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죠. 제품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감을 느끼고, 항복하기도 하고, 회복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비슷한 지배 방정식이 우리 인생을 만들어 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1827년 코시가 물리학적인 스트레스를 정의했다. 우리가 아는 의학에서의 스트레스라는 말은 한참 뒤인 1950년 셀리에가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