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우면 덜 흔들립니다.
주변에 나를 흔드는 일들이 많습니다. 넓게는 세계정세와 국내 정치 상황이 나를 흔들기도 하고, 좀 더 좁게는 사내 정치와 부서 간 갈등이 나를 흔들기도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도 나를 흔들만한 일과 말은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만 흔들리고 싶은데 너무 잘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흔들림이 너무 오래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마음이 많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같은 어려움에도 어떤 때는 미동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일희일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묵직한 사람이 있습니다. 덜 흔들리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덜 흔들리는 것과 관련된 용어 중에 고유진동수가 있습니다.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습니다. 진동을 감쇠시키기 위해서 고유 진동수가 낮을수록 좋은데, 고유 진동수는 무거울수록 낮아집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죠. 무거운 제품은 잘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를 흔드는 일들을 막아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거워져야 합니다. 몸을 무겁게 하는 것은 건강에 역행하는 일일테고, 우리는 마음을 무겁게 해야 합니다.
‘마음이 무거워요.’
이런 표현은 매우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음에 뭔가 더 얹어져서 무거워진 느낌입니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삶의 걱정거리들이 얹어지고, 주위의 부정적인 평가로 인한 근심이 얹어지고, 신경 안 쓰려고 해도 보이는 어두운 전망 같은 것들이 얹어집니다. 이렇게 마음에 다른 걱정거리들이 얹어져서 무거워지는 것은 아주 안 좋습니다. 내 마음은 그 짐들 아래 깔려서 눌리고 변형되고 있을 겁니다.
바람직하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마음 자체가 묵직해지는 것입니다. 마음 자체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마음의 밀도’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음의 밀도가 어떤 것이라고 정확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왠지 이미 알고 있는 듯합니다. 적어도 주위의 사람 중에 누가 마음의 밀도가 높고 누가 낮은지는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뇌 시냅스의 밀도가 낮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도 모르고, 의학도 모르지만 마음의 밀도라고 표현할 만한 무언가가 있어 보입니다. 마음의 밀도가 높은 사람은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밀도가 높은 마음은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한번 가속을 받으면 그 가속을 잘 유지합니다. 잡다한 걱정거리들에 흔들리지 않지만, 나를 근본적으로 움직일만한 동기부여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가속력을 갖습니다.
오늘도 잡다한 걱정거리들이 다가와서 내 마음에 얹어지려고 합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프로젝트’
‘오해 섞인 말 한마디’
’짜증스러운 날씨’
‘미디어에서 본 걱정스러운 일들’
이런 것들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의 내면에서부터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그런 것들에 반응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가속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나의 가족에 대한 사랑‘
‘내가 지켜야 할 가치들’
’나의 신념과 믿음‘
밀도를 높이는 일, 공학적으로는 기공, 즉 빈 공간을 줄이는 방법을 씁니다.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바로 마음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읽고 쓰고 생각하는 삶이야말로 그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 가장 건전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생각의 전환과 깨달음은 충분히 마음의 밀도를 높여줄 만합니다. 직접적인 경험의 축적이나 수행, 명상 등의 방법도 많이 언급이 됩니다만, 현대인이 좋아하는 가성비는 아무래도 간접경험의 압축판인 글이 좋은 방안인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변하고 싶은데 어느새 다시 원상 복귀되는 우리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스프링백 현상에 대한 글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A%B3%B5%EB%AA%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