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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Nov 30. 2024

조회수 제국에서 살아남기

가장 어두운 시대

요즘 해리포터를 가끔 봅니다. 한참 인기 있을 무렵에는 판타지에 관심 갖기엔 살아가기 바빴다고 해야 할까요? 영국에서 벌어지는 마법사 소년의 모험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아주 관심이 큰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보는 것을 옆에서 같이 보곤 합니다.

보다 보니 생각 외로 와닿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세계관이든 언제나 존재하는 것들이죠. 우정, 사랑, 신뢰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배신, 원한, 조작 같은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헤쳐나가기엔 너무 험해 보이는 마법의 세계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따금 나오는 의미심장한 말들이 있습니다.


Happiness can be found even in the darkest of times,
if one only remembers to turn on the light


이 말은 죽음의 사신들이 마법학교를 둘러싸고 있고, 시대의 살인마가 탈옥해서 학교에 잠입했는데 흔적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래도 학사일정을 진행해 나가는 교장 선생님이 한 말입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지옥 같은 환경의 학교죠.

그런데, 이건 마법 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도 충분히 암울하고, 혼돈스럽고,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판타지에서만 나오는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덤블도어 교장의 이 말은 참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 빛을 밝히는 일을 기억해야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암울함을 알리는 일에는 많이들 앞장서지만 등불을 밝히려는 한 명을 알리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일들이 장사가 되니까요. 조회수가 돈이 되는 ‘조회수 제국’이 시작된 이래, 가치 있는 일보다는 클릭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밝고 희망스런 내용보다는 어둡고 공포스러운 내용이 더 사람들을 주목시키다 보니 세상은 더 어둡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불을 밝히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다만 덜 클릭되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불을 밝히는 것에 힘쓰는 분들은 조회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 불균형이 완화될 수 있을까요?


조회수 제국에서 살아남기

이 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개인적인 고민과 의견이지만 한번 적어봅니다.


1. 숏폼을 멀리한다.

숏폼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이야기는 짧게 전달 가능할지 몰라도, 가치 있고, 빛나는 이야기는 짧게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롱폼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숏폼의 매력을 잘 압니다. 정말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한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이토록 못 느끼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마약입니다. 중독성 있는 모든 것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입니다. 숏폼에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해독약은 텍스트와 같은 롱폼에 있습니다.


2. 뉴스를 멀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뉴스의 알고리즘을 멀리합니다. 조회수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조회수 제국의 지배를 벋어나기 어렵습니다. 조회수가 높아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밝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암울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정보를 얻어야 하지 않느냐,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하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휩쓸려서 정신 못 차리고, 스트레스받는 삶보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런 인사이트 들은 뉴스보다는 책에서 찾아지는 면이 있습니다. 적어도 뉴스를 보는 비중이 낮아질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3. 빛을 밝히는 일을 합니다.

조회수 제국에서 빛을 밝히는 일은 아마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알리는 것이겠죠. 표현 방법은 희극이 될 수도 비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빛을 품은 이야기를 쓰고, 알리는 일을 의미합니다.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작가 분들이 많이 있어서입니다. 쉽게 스크롤되지 않는 글들을 천천히 음미해 가다 보면 어느새 정리되고, 정화된 마음을 느낍니다.


좋은 글을 써주시는 많은 브친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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