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까지 두드리면 망한다

by 글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합니다.

나무다리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하는 마음이 이해됩니다.


하지만 돌다리는 이미 꽤 신뢰감 있는 다리입니다.

확률적으로 보아도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런데 돌다리까지 계속 두드리는 프로세스라면

현대의 시장에서는 망하기 딱 좋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유럽 개발자들과 회의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분명했습니다.


검증된 학술 연구가 있어야 한다.

확실한 레퍼런스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미 그 학술 연구가

사실상 표준처럼 정리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저와 동료들은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지금 빠르게 개발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돌다리라고 생각되는 이 길을

이리 두드리고 저리 두드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이미 유사한 기능을 발표했습니다.

시장 선점의 기회는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다 망하게 생긴 셈입니다.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는

돌다리라는 것이 확인되자마자

빠르게 건너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 결과 그 시장에서는

꽤 선도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입니다.

같은 프로세스입니다.


담당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성향에 따라

추진력은 전혀 달라집니다.


특히 그 이유가

“더 분명한 근거가 필요하다”

“확실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라면

더 답답해집니다.


돌다리라면

그냥 건너가면 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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