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납니다.
“I’m angry all the time.”
— Harry Potter,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문이 조금 세게 닫혀도 그렇고,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도 그렇습니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딱히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분명히, 이전과는 다릅니다.
예전에는 넘기던 것들이
이제는 걸립니다.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쌓입니다.
40대는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크게 무너지지는 않지만,
작게 계속 부딪히는 시기입니다.
해야 할 일은 줄지 않았고,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기대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인지 감정이 먼저 반응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문장이 떠오릅니다.
“That’s my secret, Captain. I’m always angry.”
— Bruce Banner, The Avengers
화를 없애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야 괜찮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화를 줄이려 하기보다,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말로 꺼내지 않을 것,
굳이 반응하지 않을 것,
시간을 두고 흘려보낼 것.
예전보다 조용해진 대신,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여전히 사소한 일에 화가 납니다.
다만 이제는,
그 화를 어떻게 지나가게 할지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