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단순 혼합물이 아닌 합금일지도...
결혼은 결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결합은 결합이다. '합'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일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합방을 하게 된다. 합방은 sleep together를 의미한다.
합방은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지만 함께하게 된 사실을 가장 실제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합해지기 쉽지 않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의견 충돌 혹은 그보다 더한 충돌이 생긴다. 그럴 때면 합방을 하고 있기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같은 공간, 심지어 바로 옆에 있지만 분리된 느낌을 준다.
그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은 결국 합방을 포기하고 분방을 하기도 한다.
'합'이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합'이라는 단어가 잘 쓰인 공학 용어를 생각해본다.
합금, alloy
합금을 통해서 금속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또 다른 금속이 된다. 알루미늄 합금은 가볍고 튼튼한 자동차 휠의 재료로 활용되고, 항공기의 재료로도 쓰인다.
순수 알루미늄이나 철을 사용해서는 그런 특성을 얻을 수가 없다.
합금은 원자 수준에서의 결합이다. 단순한 혼합이 아니다.
따라서 합금이 잘 되려면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고온 고압의 환경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합금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장점이 잘 섞여서 새로운 캐릭터가 형성되는 것이 합금이다.
단순한 합방으로는 안된다.
고온 고압의 환경이 필요한데. 이것은 아마도 크고 작은 갈등과 의견 충돌 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면서 서로 부서질 것이 부서지고, 깎일 것이 깎이고, 합쳐질 것들이 합쳐지고, 하다 보면
이전에 있던 성품과 전혀 다른 혹은 발전된 제 3의 성품을 갖게 된다.
그것이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고온 고압이라는 것이 버텨내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쉽게 포기하고 합금이 되기보다 단순 혼합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함께 있지만 섞이지 않은. 언제든지 분리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래서 실제로 분리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합금은 분리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