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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eBloomer Jun 09. 2019

기독교인이 세상을 공부하는 이유

*이 글은 제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내용입니다. 혹시 기독교를 좋아하시지 않거나 종교에 대한 얘기가 불편하신 분은 안 읽고 넘어가 주시면 됩니다.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에 갔다. 마음 한 구석에 늘 품어왔던 생각이 교회에서 문득 떠올라 기록을 남길 겸 몇 자 적어본다. 중심 주제는 기독교인이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교회 설교를 들으면 자주 등장하는 메시지가 있다. 

‘세상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라’.  

나는 이 말을 인간의 교만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세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돈, 명예, 권력,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성공에 대한 통념들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칫 오해의 여지가 있는 메시지다. 말뜻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악 / 하나님=선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맥락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메시지인데, 위와 같이 이해해버리면 자칫 혼란에 빠지기 쉽다. 마치 내가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행위가 ‘악한 행위’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의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하라’. 이 문장은 사실 대구법을 통해 ‘선/악’의 구도를 이룬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악’이 아니라 ‘세상(만)을 의지하는 것=악’ 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내가 내 힘으로 이 세상을 다 살아갈 수 있다는 교만을 경계하고, 내가 다룰 수 없는 부분을 하나님께 의지하자는 메시지라고 해석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저 논리대로라면 결론이 나왔다. 세상의 방법, 세상의 법칙, 세상의 철학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세상의 잣대로 나와 이웃을 평가하지 말고, 하나님의 잣대로, 하나님의 법칙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멀리해야 할 ‘악’이 아니라 공부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무엇인가 배우는 게 좋다(어느 정도 아는 분야 한정). 새로운 것을 배우면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때 수학이 아름답다고 느껴진 때도 있었고, 공학의 발전을 보며 인간이 이 세상을 어떻게까지 응용해가는가 감탄하기도 하고, 세포 하나하나의 집합인 사람의 몸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우리가 모든 피조물을 발견하고 응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빛의 속도가 30만 km/h인데 내일은 15만 km/h로 바뀐다면 우리는 이 우주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이렇게 인터넷에 연결된 채로 글도 쓰지 못하겠지).  


 어떤 분은 기독교인이라면 오직 성경만 봐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을’ 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성경’만’ 봐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우리는 성경’도’ 공부해야 하지만 세상’도’ 공부해야 한다. 세상을 잘 알면 성경이 더 잘 보인다.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이 세상에도 오류가 없다고 믿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진화론이나 성경의 비과학적인 부분을 비롯해 기독교를 반박할 여러 논리가 있음을 안다. 그 논리가 매우 타당한 것도 많다. 16세기 이전, 우주의 중심은 지구였지만 코페르니쿠스(지동설 주장하신 분) 이후 지구는 단지 태양을 도는 천체 중의 하나라고 밝혀졌다. 앞으로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많은 것들이 반박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과학계에서 비일비재하다. 단지 현재 가장 유력한 이론을, 논리적으로 제일 타당한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공부를 할수록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 놀라움을 갖게 된다. 그와 별개로 나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확신한다. 그래서 이 세상이 하나님의 법칙 아래에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하나님이 만든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하며 교회의 가르침과 충돌하는 지식이 있을 것이다. 그건 그 지식이 틀렸을 수도 있고 교회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틀리지 않다.  


 예전에는 기독교를 반박하는 논리들이 무서웠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그 두려움을 막아준다. 결국 진리는 드러난다. 하나님에게 오류란 없다. 그래서 나는 계속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배울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내게 허락한 즐거움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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